“빨리 올라가서 쉬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영영···.”
135금성호 사망자 한모씨의 아내 박모씨
10일 오후 경남 통영시의 한 장례식장.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 선적 대형선망어선 135금성호 사망자 한모(58)씨의 아내 박모(64)씨가 휴대폰 통화목록을 살펴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통화 목록에는 사고 전날 남편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육지 가까이 배를 대고 잠깐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던 남편. 박씨는 “조심히 배에 올라가서 쉬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 꿈에도 몰랐다”며 “뉴스에서 금성호를 보고도 설마 했다”고 말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한씨는 배 침몰 후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박씨는 “응급실인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바로 가려고 나서는데 다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씨는 무뚝뚝하지만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결혼 후 20년 넘게 조선소에서 일하다 일감이 줄자 6~7년 전부터 배를 타기로 하고 금성호 기관부에서 일했다고 한다. 박씨는 “아들이 셋인데, 그땐 막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생활비가 제법 필요했다”면서 “한 달에 25일을 바다에서 생활하면서도 힘들다는 이야기 한번 없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막내아들(23)은 “지난 5일 아빠가 전화를 하셨는데 못 받았다”며 “뒤늦게 다시 걸어도 안 받으셔서 바다니까 수신이 안 되는 지역으로 옮기셨나 보다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황망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공부하면 졸업해서 취업하고 효도하고 싶었는데,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씨와 같은 기관부에서 일하던 기관장 주모(58)씨의 빈소는 거제의 한 병원에 마련됐다. 빈소에는 갑작스런 부고를 접한 친척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씨의 막냇동생은 “평소 과묵하지만 동생이라고 ‘밥값 하라’며 용돈도 주고 같이 목욕도 가자했던 따뜻한 분이었다”며 “유족들 충격이 너무 커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씨의 동료들도 “오랫동안 같이 일했는데 안타까운 마음뿐이라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고가 난 135금성호는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24㎞ 해상에서 조업 작업을 하던 중 침몰했다. 당시 승선원 27명 중 15명이 구조됐으나 이 중 한씨와 주씨 등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2명이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고, 9일 밤 실종자 12명 중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발견된 이모씨의 빈소는 부산 고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