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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데이비드 합의'도 파기 가능...한일 협력으로 압박 넘자" [일본 전문가 인터뷰]

입력
2024.11.12 0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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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나카바야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트럼프 2기, 순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
군사 갈등도 경제적 압박으로 풀 것
외면 못하게 동맹 협력 가치 높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인 9월 12일 애리조나주 투손 뮤직홀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애리조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인 9월 12일 애리조나주 투손 뮤직홀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애리조나=AF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시대'를 앞두고 긴장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동맹국의 가치를 지키는 기존 미국의 외교 문법을 깨고 오히려 이를 약점 삼아 과도한 안보 비용 지출을 요구하는 '트럼프식 우선주의'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기 때인 2019년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각각 기존의 6배, 4배 규모인 50억 달러(약 7조 원),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요구했다. 미군 철수 카드로 압박도 했다. 그는 선거 기간 분담금을 더 늘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동맹국·다자 안보 협력을 경시하는 트럼프 2기에 한미일 동맹 구조 틀이 흔들릴 수도 있다.

나카바야시 미에코 일본 와세다대 유학센터 교수는 8일 한국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이럴수록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국이 외교 정보를 교환하면 트럼프 당선자의 압박을 돌파할 묘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양국이 갈등하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를 이용해 더 비싼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교수는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 보좌관을 거쳐 일본 중의원을 지냈다. 일본 내 손꼽히는 미국 정치·외교 전문가다.

나카바야시 미에코 일본 와세다대 유학센터 교수. 본인 제공

나카바야시 미에코 일본 와세다대 유학센터 교수. 본인 제공

-다시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가게 됐다. 트럼프 2기는 1기 때와 어떻게 달라질 것 같나.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는 정치·외교 아마추어였다. 각 분야 전문가가 트럼프를 조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잦았다. 트럼프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충성심이 높은 참모들로 정권을 꾸리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권을 끌고 가는 '순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의 길로 갈 것이다. "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분야는 무엇인가.

"미국 노동자를 지키겠다는 미국 우선주의로 당선됐고,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 빠르게 관세를 올리려 할 것이다.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60%, 100% 관세 부과라는 엄포를 놨다. 산업 공급망으로서 중국과 멕시코를 활용하는 한국과 일본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2018, 2019년 중국산 제품에 매긴 25%의 고율 관세로 일본 중소기업의 매출은 20% 이상 감소했다."

-미중 갈등은 더 심해질까.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강한 리더에게 호감을 느끼는 편이다. 같은 의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의외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는 군사적 충돌은 피하고 싶어하는 리더다. 패권 경쟁을 하더라도 비군사적 부분에서 접근할 것이다. 상대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외교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유사시 중국에 150~200%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연합뉴스


-미중 갈등에 따른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구조는 어떻게 될까.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카드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트럼프 방식이다.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거래에 도움이 된다면 최악의 경우 '캠프 데이비드 합의 파기'도 선택지로 쓸지 모른다. 물론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현장과 전문가 레벨에서 3국 관계자 간 훈련과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파기로 인해 미국이 얻을 경제적 이익도 딱히 없다."

-트럼프 2기 시대, 한국과 일본은 어떤 외교 전략을 짜야 하나.

"트럼프 정권은 4년이다. 4년 후 한미일 3국 협력을 어떻게 강화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일 간 협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각국 싱크탱크, 정책 입안자들이 더 자주 모여 정보를 교환해 다자 간 협력 틀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존재감이 커져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트럼프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한일 협력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는 매번 무리한 요구를 할 텐데 그때마다 받을 수 없다. 이에 대응하려면 사전에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도 대응할 수 있다. 일대일 교섭을 중시하는 트럼프 성향을 고려할 때 양국이 갖게 될 정보도 다를 것이다. 오히려 한일이 협력하면 트럼프와의 교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일 공조로 트럼프와 '제2의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만들어 낸다면 국제사회에서 한미일 협력의 무게감은 더욱 커지고, 억지력도 강화된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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