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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융단 폭격' 예고... 수출 초비상, 한국 경제 연 1%씩 빠진다

입력
2024.11.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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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더 세진 트럼프노믹스2.0
전문가 5명 "한국 최고 위협은 보편관세"
"수출 감소 땐 성장률 둔화, 환율 상승, 자본 유출"

10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 지지 집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을 총괄하는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 지지 집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을 총괄하는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맙시다. 대신 돈을 만들어 낼 곳이 있습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4,000억 달러(560조 원)를 거둬들입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을 총괄하는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자국 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관세 60%를 부과해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한 트럼프답게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장벽이 현실화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0.8%, 2026년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트럼프노믹스2.0'이 가시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2기가 몰고 올 혼란을 '글로벌 거시충격(Macro Shock)'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수출이 경제 성장률의 86%를 차지하는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초비상일 수밖에 없다.

수출 규모 최대 448억 달러 감소 추산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수출 규모가 적게는 연 142억6,000만 달러(약 20조 원)에서 많게는 347억4,000만 달러(약 49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고, 경제 성장률은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매년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우리 수출이 최대 연 448억 달러(약 62조 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 = 신동준 기자

그래픽 = 신동준 기자

한국일보가 11일 경제전문가 5명에게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트럼프 2기 정책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더니, 만장일치로 '관세 장벽'을 지목했다. 트럼프 관세 장벽은 트럼프 집권 1기(2017~2021년) 때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에도 적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에는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은 1기 때와 다르다고 평가한다. 1기는 관세 부과에도 법인세 인하 등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에 무게를 뒀다면, 2기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 정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1기는 특정 물품과 국가에 적용했다면, 2기 땐 모든 물품과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관세를 부과해 무역적자를 1년 만에 250억 달러가량 줄인 경험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캐나다, 멕시코와의 새로운 북미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AP통신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월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캐나다, 멕시코와의 새로운 북미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AP통신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1기 때도 대(對)미국 무역수지가 감소 추세를 보였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나 자동차에 관세가 매겨지면 대미 수출이 줄어 성장률 둔화와 환율 상승,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 시점은 1년 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국제투자은행(IB) 바클리즈도 보편관세 적용 시점을 1년 뒤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본격 관세를 올리기 전 트럼프는 통상 담당 관리자를 인선해야 하고, 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기관(USTR)에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도록 시켜야 한다"며 "미국은 관세 부과 전 유예기간을 두는데 이를 고려하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편관세, 협상용 압박카드로 쓰일까

물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 내·외부 압박 탓에 보편관세는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미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하며 '슈퍼 트럼프'가 현실화했지만, 미국도 보복 관세를 각오해야 한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로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NYT는 "높은 관세가 현실화하면 (자국 내) 소비재 가격 상승과 국제 보복 조치로 월가와 기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이런 탓에 관세 철퇴 카드는 대외 협상의 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기 때 한국엔 관세를 면제했던 걸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보편관세를 하나의 지렛대로 쓰는 것 같다"며 "대선 땐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카드로, 취임 후엔 나라별 협상 카드로 보편관세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7차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7차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 정부도 모든 채널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어 전문가들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경제·통상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일방적 압박·협상 등 정책 기조 변화를 예상하며 "핵심 이익은 수호하면서 미국에 제시할 수 있는 정무적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2기에 대응할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부장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건건마다 무엇을 주고받을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이 전기차나 배터리 등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두려워하는 만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결국 교역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관세 전쟁이라는 충격에 대비해 내수 활성화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저소득층의 어려움도 덜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세종= 이유지 기자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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