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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중국, 서로 보란 듯 "남중국해, 법으로 '내 바다' 명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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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중국, 서로 보란 듯 "남중국해, 법으로 '내 바다' 명시" 신경전

입력
2024.11.11 16:31
수정
2024.11.11 16:4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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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해양구역법 서명, 법적 권한 명시
중국, '영해기선' 발표로 필리핀에 맞불

지난 3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세컨드토머스암초 인근에서 재보급 임무 수행 중이던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자신들의 항로를 가로 막는 중국 해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세컨드토머스암초 인근에서 재보급 임무 수행 중이던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자신들의 항로를 가로 막는 중국 해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동안 잠잠했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이 해양 관련 법을 제정해 자국 해역 권리 강화에 나서자 중국도 분쟁 지역 암초를 자국 영해에 포함시키며 보란 듯 맞불을 놨다. 바다에서는 서로를 겨냥한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중국과 필리핀 매체를 종합하면 남중국해 분쟁이 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지난 8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해양구역법에 서명하며 포문을 열었다.

법에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필리핀의 해양 영역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권한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안선에서 200해리 수역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건설된 모든 인공섬은 필리핀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이곳 해역의 7개 암초를 인공섬으로 만들고 자신들의 군사기지를 세웠는데, 필리핀의 이번 영역 법제화로 중국이 ‘남의 땅’을 불법 점거한 꼴이 됐다. 이번 법률 제정에 따라 필리핀 국가지도자원정보청은 남중국해를 포함하는 새로운 필리핀 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 외교부가 10일 공포한 스카버러암초 영해기선. 인민일보 엑스

중국 외교부가 10일 공포한 스카버러암초 영해기선. 인민일보 엑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주중 필리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필리핀이 황옌다오(스카버러암초)와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에 있는 대부분의 섬과 암초, 관련 해역을 불법으로 필리핀에 넣어 남중국해 중재 사건의 불법 판결을 국내 법률로 고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7월 유엔해양법협약, 필리핀 법률,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불법 판결’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필리핀의 법 제정 이틀 뒤인 10일에는 스카버러암초를 자국 영해로 포함한 ‘영해기선(영해가 시작하는 선)’을 공포했다. 그간 중국은 이 지역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왔는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바다라고 선언한 셈이다.

필리핀 해군 함정과 공군 헬기가 6일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로아이타섬 인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필리핀 해군 함정과 공군 헬기가 6일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로아이타섬 인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황옌다오는 중국 고유 영토로, 영해기선 획정·공포는 해양 관리를 강화하는 정상적 조치이자 국제법과 관행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가 지상에서 ‘법’을 앞세워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바다에서는 양국 군이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긴장이 흐르고 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군 남부전구 사령부는 “최근 호위함 부대가 방공, 미사일 요격, 대함 공격 등 전면적인 훈련과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맞선 훈련”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도 이달 4일부터 남중국해 섬 점령과 해변 상륙 훈련 등이 포함된 2주간의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육·해·공군 장병 3,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필리핀군은 “특정 국가를 향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지만, 중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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