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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90~70대 '우씨 삼형제'는 복지관의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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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배우고 싶습니다"... 90~70대 '우씨 삼형제'는 복지관의 '껌딱지'

입력
2024.1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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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권유로 삼형제가 노인복지관서 뭉쳐
제수로부터 스마트폰 사용법 배워 '입소문'
"복지관은 활력소·디딤돌, 삶의 의미 찾길"

(왼쪽부터) 우희조, 우희삼, 우희계, 강영희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며 미소짓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왼쪽부터) 우희조, 우희삼, 우희계, 강영희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며 미소짓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아흔이 넘은 큰 형님과 70대 두 동생 등 삼형제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합니다."

대구 중구노인복지관에서는 우희조(90), 희삼(78), 희계(74) '우씨 삼형제'를 모르면 이방인으로 통한다. 복지관 노인 대상 프로그램의 단골 학생인 삼형제가 '껌딱지'처럼 붙어다녀 어디서나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곳에서 '시니어 스마트폰 강사'로 일하고 있는 막내 희계씨의 부인 강영희(65)씨까지 뜨면 복지관이 왁자지끌하다.

첫째 우희조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서예교실에 참여해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첫째 우희조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서예교실에 참여해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우씨 삼형제'는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들의 활력 모델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삼형제의 복지관 나들이는 첫째 희조 어르신이 테이프를 끊었다. 몇해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생활하던 그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중구노인복지관을 찾았다. 그는 "복지관 수업료가 저렴한 데다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 삶의 활력소가 됐다"며 "요리뿐만 아니라 서예와 동영상 만들기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사진을 모아 멋진 영상을 만들겠다는 그는 같은 건물의 보건소에서 건강까지 덤으로 챙기고 있다.

희조 어르신의 스마트폰 선생님은 '제수'인 강영희씨다. 시아주버니를 상대하는 수업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강씨는 "오히려 좋다"고 반겼다. 강씨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계셔서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강사인 강영희씨가 우희삼, 우희계 형제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스마트폰 강사인 강영희씨가 우희삼, 우희계 형제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희조 어르신의 활동은 동생들에게도 확산했다. 형의 권유에 못 이겨 복지관을 찾은 둘째 희삼씨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잘 찾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복지관 건강대학 학생회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희삼씨는 "형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복지관을 다니게 됐는데, 분위기가 좋아 셋째 동생까지 끌어들였다"고 웃었다.

조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희계씨는 이 기회에 컴퓨터 사용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젊은 직원에게 매번 부탁하는 것도 못내 눈치가 보였던 희계씨는 덕분에 전자기기에도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희계씨는 "매주 월요일 컴퓨터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아졌다"며 "수업도 들으면서 좋아하는 형님들도 만날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활짝 웃었다.

(왼쪽부터) 강영희, 우희계, 우희삼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100세 요리교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재현 기자

(왼쪽부터) 강영희, 우희계, 우희삼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100세 요리교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재현 기자

삼형제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라고 입을 모은다. 희조 어르신은 최근 이곳에서 연하의 여자친구도 만났다고 한다. 희삼씨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분과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하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배움을 놓지 않는 형님의 모습에서 스스로도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희조, 우희삼, 우희계 등 삼형제와 강영희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우희조, 우희삼, 우희계 등 삼형제와 강영희씨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영자씨 제공

스마트폰 강사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강씨 역시 마찬가지다. 강씨는 "월급도 받으며 경제 활동도 하고 있으니 복지관은 활력소이자 디딤돌"이라며 "많은 노인들이 홀로 지내는 대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서로 통화하고 붙어 다니는 삼형제와 제수씨의 남다른 우애는 복지관 회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영자 대구중구노인복지관 노인일자리홍보사업단장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노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소중한 가치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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