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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왠지 이상한’ 인식과 대응

입력
2024.11.11 17:00
수정
2024.12.16 15: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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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김 여사 문제에 “육영수 여사도…” 비교
트럼프 관계 도울 미국인 일일이 거명
공감 어려운 인식ㆍ행태 반복 신뢰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의 성심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종종 드러내는 다소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인식과 행동들을 접하다 보면, 그로부터 비롯되는 당혹감이 부지불식간에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적잖이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는데, 그건 검건희 여사 두둔을 위해 고 육영수 여사를 호출한 부분이다. 육 여사는 고 박정희 대통령 부인으로 지금도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퍼스트레이디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국정 개입 논란과 관련, “과거 육영수 여사도 ‘청와대 야당’을 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부인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서 정치를 잘할 수 있게, 아내로서 한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정말 맞지 않는 거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들이, 과거 육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했던 ‘청와대 야당’ 역할과 같은 걸로 치부하지만 둘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육 여사가 베갯머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한 일화는 많다. 하지만 육 여사는 국회의원 공천 같은 문제에 함부로 나서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런 문제를 일개 정치 브로커 정도의 인물과 시시콜콜 협의하고 나중에 그게 폭로돼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린 적은 더더욱 없다. 상식적으로도 금방 알 수 있는 큰 차이를 무시한 채 둘을 ‘대통령에 대해 아내로서 한 조언’이라고 같은 것처럼 얼버무리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것이다.

기자회견에선 대통령의 공식발언으론 아무래도 적절치 않은 것 아닌가 하는 답변도 불거졌다. “트럼프 당선자와 우정을 어떻게 다져나갈 것인가. 또 양국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 하는 한 외국 언론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다. 공식석상인 만큼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국제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같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동맹에 기반한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우정과 신뢰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다’는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상원의원, 주지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했다. 그러고 그런 사람들이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케미’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느니, 그런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다리를 잘 놔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묶어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러니까 별문제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 대선 개표 중에 윤 대통령과 잘 아는 미국쪽 인사가 트럼프와 통화가 가능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줬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어느 정도 케미가 절실하다고는 해도, 그런 답변은 마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 사람 저 사람 다리를 놔야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친해질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려 당혹스럽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윤 대통령의 답변이 그대로 실려 각국 정상들이 보게 된다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과 관련한 질문에 “‘선공후사(先公後私)’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여사 문제를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조언’으로 애써 인식하는 대목에선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것 같고, 트럼프와의 우정에 관한 답변에선 공식(formal)과 비공식(informal)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도, 어딘가 이상하고 어긋난 것들의 누적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 훼손에 적잖이 작용한 게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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