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네타냐후, 내각서 ‘호출기 작전 수행’ 발언”
“트럼프와 3차례 통화” 언급 후 ‘삐삐 공격’ 인정
갈란트 등 반대파 겨냥... ‘국내 정치 책략’ 해석도
중동 전역서 공격 ‘폭주’… 하루 사망자만 100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 중순 레바논 전역에서 3,000명가량의 사상자를 낳은 ‘무선 호출기(삐삐) 폭발 사건’의 배후는 이스라엘임을 인정하는 첫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전역은 물론,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1·5 미 대선 승리에 따른 네타냐후 총리의 자신감 표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에서 고강도 군사 행동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고위 국방 관리들 반대에도 '호출기 작전' 수행"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호출기 작전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수장이었던) 하산 나스랄라 제거는 고위 국방 관리들의 반대에도 수행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인용한 CNN은 “이스라엘 정부 관리로부터 (네타냐후의) 해당 발언을 자체 확인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삐삐 폭발 사건과 관련해) 자국 역할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고 전했다.
이른바 ‘삐삐 폭탄 테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9월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일어났다. 헤즈볼라 대원을 노린 작전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지만, 다수의 불특정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2,800여 명이 다쳤다. 이튿날에는 워키토키(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도 발생, 25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 및 정보 당국의 합동 작전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졌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침묵을 유지해 왔다. 이후 9월 27일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암살됐고, 이스라엘군은 사흘 뒤 레바논 영토로 진입해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을 개시했다. 한마디로 ‘삐삐 폭발 사건’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암시하는 ‘전조’였던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일단 ‘국내 정치적 책략’이라는 게 CNN의 해석이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네타냐후가 종종 자신과 마찰을 빚은 이스라엘군 지도부나 정보기관, 특히 지난 5일 경질한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짚었다. 한발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회의에서 “최근 트럼프 당선자와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미국·이스라엘 동맹 강화를 언급한 뒤, ‘삐삐 폭탄 공격’을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주요 사안마다 이스라엘을 편들었던 트럼프의 ‘귀환’에 힘입어 기존 입장을 뒤집고, 스스럼없이 ‘이스라엘의 작전 성과’로 표현했다는 얘기다.
"'2005년 레바논 총리 암살' 헤즈볼라 지휘관 살해"
자신감을 얻은 네타냐후 총리의 ‘폭주’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하루에만 가자지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전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했고, 1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등 공습으로 10일 가자 전역에서 최소 44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인근 학교에 설치된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지휘통제센터를 공격해 최고위급 사령관 무함마드 아부 사힐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레바논 중남부에서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42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지역에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 최소 7명이 사망했다. 또 헤즈볼라 거점인 시리아 중서부 접경 도시 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9일 공습에 헤즈볼라 지휘관인 살림 자말 아이야시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야시는 2005년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암살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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