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
연 GDP 성장, 8월보다 0.3%P 낮춰
"금리인하 늦어 내수 회복 지연" 지적
내년 미 관세 타격 없어도 '2%' 턱걸이
KDI 국내경제 전망 변화. 그래픽=이지원 기자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 달 만에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낮췄다. 금리인하가 늦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만큼 수출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판단이다. 국내외 기관도 이미 하향했거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KDI는 12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대비 2.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까지 2.6%를 예상했던 KDI는 8월 2.5%로 낮춘 데서 0.3%포인트를 또 내렸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전적으로 내수에 의한 것"이라며 "금리인하가 늦어졌을 뿐 아니라 그 부정적 영향도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하고, 민간소비가 상품 판매를 기준으로 미약한 점이 주요 배경이다. 앞서 0.4% 감소할 것으로 봤던 건설투자는 1.8%까지 역성장 폭을 키웠고, 민간소비는 1.5%에서 1.3%로 오름폭을 줄였다. 다만 수출은 자동차와 석유류에서 다소 조정됐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과 김지연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외 기관 성장률 전망치도 줄하향 중이다. 전날 금융연구원은 기존 2.5%에서 2.2%로 낮췄고,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 관측도 6월까지 평균 2.7%였지만 지난달 2.3%로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각기 2.6%, 2.4%를 제시했지만 조정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내년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2.1%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2%로 낮췄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라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그나마 이는 공약 이행까지 시차를 고려해 당장 내년엔 관세 타격이 없을 것을 전제한 수치다. KDI는 만약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1%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내년 내수는 금리인하와 그간 수출 파급 효과에 일부 회복될 것으로 봤다. 김지연 전망총괄은 "물가 상승률이 2%보다 하락하는 점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점진 인하하고,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구조개혁을 통해 역동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잠재성장률이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수출은 증가세 둔화를 넘어 '마이너스(-)'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D램 가격이 하락 주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점이 불안 요소"라고 짚었다. 그는 "현시점에서 내수가 회복될 만한 계기는 금리인하뿐"이라며 "한은이 얼마나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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