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전문가 감독하에 투여" 해명
수의협회 "정당 사유 없는 투여 위험"
현지 정부 동물 학대 논란 조사하기로
방송 한 장면을 위해 고양이에게 마취제를 주사했다면 동물 학대일까. 태국 정부가 현지 유명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을 조사하기로 했다. 방송사가 동물을 하나의 소품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나온 조치다.
12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축산개발부는 드라마 ‘아요다야의 황후'(태국명 매유아) 제작진이 고양이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드라마는 아유타야 왕국이 배경인 시대극으로, 넷플릭스와 원31 등 현지 방송 채널에서 상영 중이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고양이가 쟁반에 담긴 물을 마신 뒤 경련을 일으키다 쓰러져 죽는 장면이 나왔다. 시청자와 동물보호협회는 이 과정에 동물 학대가 있다고 보고 정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드라마 감독 산 스리카울러는 “10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 감독하에 마취제를 투여했고, 고양이는 무사히 깨어나 건강한 상태”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매유아 금지(#แบนแม่หยัว)’라는 해시태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동물보호단체도 규탄에 나섰다. 세계적인 동물권 보호단체 페타(PETA)의 제이슨 베이커 수석 부대표는 “의학적 사유가 아닌 방송 촬영 때문에 (동물을) 마취하는 것은 무모하고 잔인한 행위”라며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방송을 만들 수 없다면 당신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현지 수의학협회도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에게 마취·진정제를 놓을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런 행위는 수의사의 관리하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축산개발부는 제작사 측에 마취 당시 동석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자체 조사를 위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고양이도 부처로 데려오기로 했다. 이번 행위가 동물 학대로 결론 날 경우 태국 동물보호법상 최대 징역 2년형과 4만 바트(약 16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21년 1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퇴역 경주마가 다리에 와이어가 묶인 채 달리다 극 중 장면을 위해 강제로 고꾸라졌고, 나흘 만에 죽었다. 이후 제작진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초 1심에서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