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시즌2, 3 대전 등 각지 돌며 1년여 촬영
"기후위기, 양극화 갈등 심화.. 점점 나빠지는 세상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묻고 싶어"
2021년 공개한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가 본 드라마'란 기록을 쓴 황동혁 감독은 다음 달 공개를 앞둔 시즌2 촬영을 대전에서 했다. 숙소 주변은 학원가였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낙오되면 회생 불능인 사회를 풍자한 '오징어 게임'을 만든 그는 학생들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시즌2, 3 촬영을 끝내고 편집 작업에 한창이던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아이들이 밤 10시, 11시에 파김치가 된 얼굴로 가방을 메고 학원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꿈을 꾸고 의대 혹은 좋은 대학에 못 가더라도 낙오자가 아니라 세상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존재로 역할하고 살 수 있다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드라마 밖) '오징어 게임'은 끊임없이 계속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겜' 공개되고 3년 지났는데 세상은 점점 나빠져"
이런 생각을 했던 그는 '오징어 게임' 새 시리즈에 넣을 전복적 요소를 고민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이 공개되고 3년이 지났는데 기후 위기와 양극화 갈등은 더 심해졌고 전쟁도 격화됐다"며 "시즌2, 3에서 '과연 우리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는가'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존재인가'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들려줬다. 이런 취지에서 그는 시즌2에 참가자들의 협동을 요구하는 게임을 여럿 집어넣었다. 그의 말대로 최근 공개된 1분 50여 초 분량의 시즌2 예고편을 보면 참가자 5, 6명이 모여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즌1에서 화제가 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처럼 시즌2에서도 '한국적 게임'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선 3년 전 이 게임에서 우승한 기훈(이정재)이 사람 목숨을 담보로 456억 원의 상금을 건 잔혹한 서바이벌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는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시즌2 속 세상의 그늘은 더 짙어졌다. 배우 임시완은 코인(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지고 생존 게임에 뛰어든다. 경제적 파탄에 빠져 이 게임에 참여한 청년이 는 게 시즌2의 특징이다. 황 감독은 "예전엔 나이가 꽤 있어야 빚을 지고, 희망이 사라져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전세 사기' 등으로 젊은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코인과 인터넷 도박 등으로 큰돈을 잃는 10, 20대가 많아졌다. 젊은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상태가 돼 버린 현실을 목격했다"고 변화를 준 계기를 설명했다.
"'오겜' 인기? 현실이 그만큼 힘들어져서"
황 감독은 지난해 7월부터 대전 등 전국 각지를 돌며 1년 넘게 시즌2, 3를 촬영했다. 시즌1을 제작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 그는 치아 8개가 빠졌다. 그는 "치통으로 약을 먹고 촬영했다"고 옛일을 들려준 뒤 "치과에서 치아 1, 2개는 더 뽑아야 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나서 못 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에게 시즌2, 3 작업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황 감독은 "인기 이유를 해외에서 물으면 '현실이 '오징어 게임' 속 세상만큼 힘들어져서가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는데 시즌2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시즌1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며 "인생에서 어떤 작품에 바칠 수 있는 노력을 '오징어 게임'에 다 쏟은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제작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다음 달 26일 7회 분량으로 공개된다. 나머지 촬영 분량은 시즌3로 2025년에 선보인다. 시즌1이 워낙 화제를 모은 덕에 새 시리즈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쏠리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루카에서 열린 '루카 코믹스 앤드 게임 페스티벌'에서 시즌2 예고편이 공개되자 관객석에선 환호와 기립 박수가 터졌고, 영어 버전 예고편은 공개 1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0만 건을 넘어섰다.
황 감독이 밝힌 '대마초 흡연' 탑 출연 논란
하지만 코로나19가 풍토병화(엔데믹)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3~4년 전 '자가 격리'가 한창일 때와 비교해 떨어지는 추세다.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201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의 시즌2 등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는 것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마음 편히 즐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황 감독은 "캐스팅할 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 그쯤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판단했는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우려를 표현해 '생각이 짧았구나'란 생각도 했다"며 "논란이 됐지만, (출연을 번복하기엔) 많은 제작 과정을 거쳐 '왜 이 작품을 탑이랑 해야만 했는지를 결과물로 시청자분들께 보여주는 수밖에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작품이 나오면 다시 한번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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