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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화환, 오물 투척, 본관 점거… '공학 추진' 동덕여대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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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화환, 오물 투척, 본관 점거… '공학 추진' 동덕여대에 무슨 일이

입력
2024.11.12 16:58
수정
2024.11.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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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자회견서 '공학 전환' 규탄
"설립 이념과 어긋나" 학생들 반발
학교 측, "의견 수렴 절차 계획 중"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출입문 일대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적은 문구로 가득 차있다. 정다빈 기자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출입문 일대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적은 문구로 가득 차있다. 정다빈 기자


"본부는 공학 전환 철회하라! 비민주적 태도 사과하라!"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안엔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등이 적힌 근조화환 수십 개가 빽빽하게 늘어섰다.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도 남녀공학 전환에 반발하는 포스트잇과 대자보 등이 곳곳에 붙었고, 건물 창문과 도로에는 '공학 반대'라는 문구가 붉은 스프레이로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었다. 설립자인 조동식 전 이사장 흉상은 학생들이 던진 계란과 케첩으로 범벅이 됐다. 본관 앞에는 항의 의사를 표시하는 수백 벌의 '과잠(학과 점퍼)'이 펼쳐져 있었다. 동덕여대 본관 대부분 건물은 학생들이 점거했고, 수업은 전면 거부됐다.

설립 이념과 상충, 절차적 정당성도 문제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며 벗어놓은 학교 점퍼를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며 벗어놓은 학교 점퍼를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날 동덕여대 학생 25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공학 전환' 논의를 진행한 학교를 규탄했다.

공학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동덕여대가 지난달 말 진행한 대학 발전 계획 수립 회의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공학 전환이 여성 권익 증진과 여성 교육을 위한다는 학교 설립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동덕여대는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라는 창학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면서 "학령 인구 감소라는 이유로 설립 이념을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비민주적인 행태도 비판했다.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발전 방안인 '비전 2040'에 공학 전환 사안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학생들에게 7일에서야 처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계획안 내용을 파악하기 전까지 어떤 소통도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신설된 외국인 전용 학과인 한국어문화전공학과에 남학생들이 일부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 되풀이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국문과 재학생 A씨는 "한국어문화 전공에 남자 유학생을 뽑을 때 학우들의 의견은 제대로 묻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쥐도 새도 모르게 공학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공학 전환 전면 철회 △총장 직선제 추진 △남성 외국인 유학생 협의를 촉구했다.

다른 여대들도 연대... 학교 측 "의견 수렴할 것"

동덕여대 캠퍼스에 세워진 흉상이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투척한 계란 등으로 훼손돼 있다. 정다빈 기자

동덕여대 캠퍼스에 세워진 흉상이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투척한 계란 등으로 훼손돼 있다. 정다빈 기자

다른 여대들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동덕여대 교정에는 이화여대, 서울여대 등 다른 서울권 여대의 과잠이 여럿 보였다. 학생들에 따르면 다른 대학에서 연대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2025학년도부터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을 받기로 한 성신여대 역시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시위에 들어가는 등 동덕여대 사태에 강력한 동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발언대에 오른 성신여대 재학생 B씨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해서 여성들의 온전히 교육 받을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학교 측은 공학 전환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동덕여대는 총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물 점거와 집기 및 시설물 파괴, 교직원 감금 등 폭력 사태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공학 전환을 둘러싼 갈등은 동덕여대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2015년 덕성여대, 2018년 성신여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고 두 학교 모두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논의를 철회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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