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9㎝미만·암컷은 연중 포획금지
일본, 8㎝·암컷도 일부 지역은 허용…
국내산 불법 대게도 합법 수입 둔갑 우려
국내 시장 교란에다 어족자원 보호 비상
"일본산 암컷대게 등 수입 금지해야" 촉구
최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쇼핑몰 등에는 느닷없이 빵게(암컷대게)를 판다는 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북해도(일본 홋카이도)산 합법 수입대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선 9㎝미만 수컷대게와 암컷대게는 크기에 관계없이 연중 잡거나 유통할 수 없다. 적발되면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대게시장에는 러시아산이 많이 수입됐지만, 이번처럼 암컷대게가 수입된 적은 전례가 없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최근 일본산 암컷대게(스노우크랩)가 국내 시장에 대량으로 유통, 동해안 대게잡이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어자원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입산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함께 국내에서 불법으로 포획한 체장미달(9㎝ 미만)이나 암컷대게도 ‘수입산’으로 둔갑해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는 최근 영덕군 강구수협 대회의실에서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장, 김성식 강구수협장, 경북도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일본산 대게 유통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어업인들은 “국내법상 체장 9㎝ 미만의 대게와 암컷대게는 연중 포획 및 유통이 금지돼 있으나 일본에서는 체장 8㎝ 이하의 대게까지 포획할 수 있어 국내 시장에 대량 유입된다”며 “이는 국내산 불법 대게와 혼합되어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 단속이 어렵다. 수산자원관리법이 유명무실화되었다”고 말하며 법적 허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북도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해양경찰과 협력해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어업지도선을 활용한 해상 단속 확대와 함께, 수산물유통법에 따라 일본산 대게와 국내산 대게를 명확히 구분하는 원산지 단속도 병행하여 진행한다.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어업인들이 법적 제한으로 인해 6월부터 11월까지 대게를 잡지 못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대게를 연중 포획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게가 국내에 식품으로 둔갑하여 들어오는 현실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일본은 원래 우리나라보다 어족자원 보호가 더 철저한 편이었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출이 제한되자 어획 제한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 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북해도산 대게’라며 15톤 가량을 수입했고, 추가 수입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수입된 대게는 포항 영덕 등 대게로 유명한 곳은 물론 온라인으로도 북해도산 합법 수입빵게 등으로 대거 유통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수입한 ‘합법’ 대게와 국내 어민들이 불법으로 포획한 체장미달 및 암컷 대게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불법포획 대게를 수입산이라고 속여 유통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민들은 정부 차원에서 일본에선 합법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불법인 체장미달이나 암컷 대게는 수입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경곤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경북은 대게 산업의 중심지로서 어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앙부처와 협력해 관련법 개정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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