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원 "타 검찰청 파견검사 퇴정" 명령
재판 장기화, 공소유지 필요상 이어진 방식
"원활 재판엔 도움" 판사 사이에도 옹호론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부가 '1일 직무대리 파견' 형식으로 법정에 출석한 검사를 퇴정시킨 조치를 두고 검찰의 '출장 직관'이 도마에 올랐다. 공판검사(수사 아닌 공판만 전담)가 아닌 수사검사가 임지 이동 후 파견 명령을 받아 공판에 관여한 것은 검찰의 오랜 업무 방식이었는데, 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본다면 특별수사 사건의 공소유지(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고 적정 형량을 받아내는 과정)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출장 검사 강제 퇴정' 사건은 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발생했다. 이 법원 형사합의 1부 허용구 부장판사는 성남FC 재판에서 "정승원 검사에 대한 이중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정 검사의 퇴정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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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검사의 현 소속은 부산지검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서울중앙지검에 장기 파견 근무 중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성남지원으로 나눠 진행되는 성남FC 사건 등의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으며, 성남지원 재판이 있는 날에는 검찰총장의 '1일 파견' 명령을 받아 성남으로 이동해 재판에 참여한다. 허 부장판사는 이런 이중 파견은 인사권 없는 검찰총장에 의해 이뤄진 '불법 인사'라고 보아, 정 검사에게 공판 검사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청법상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다만 정 검사처럼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를 공소유지 검찰청에 파견해 공판에 참여하도록 하는 '직관'은 검찰의 오랜 업무방식이라는 점이 이번 갈등의 핵심이다. 직관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을 기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정치적 사건이나 기술유출 등 복잡한 사건은 3, 4년 넘게 사실관계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흔해졌다. 그런데 검사들은 평검사는 2년, 부장검사는 1년에 한 번 정기인사를 통해 전국 검찰청을 순환하기 때문에,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해당 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검사가 모두 공판에서 손을 떼면 공소유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수사 검사 한두 명은 파견 형태로 남기는 인력 운용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주로 정치권이나 피고인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 검사의 공판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의 '직관 허가제'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공소유지에 힘을 빼려는 것"이라는 검찰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직관은 검찰청법과 검찰근무규칙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청법 5조에서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 관할에서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한 만큼,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위법한 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조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직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요즘에는 1심만 1, 2년 넘게 걸리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며 "인사 때마다 새로운 검사들이 공소유지해야 한다는 건 국가의 형사처벌 기능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판사들도 직관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 부장판사는 "공판검사는 (정확한 사건 내용을 몰라) 사안마다 수사검사에게 물어보고 답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직관 사건이 소송 진행 측면에서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편법일 수 있어도 위법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수의 직관 재판을 진행해 본 한 고법 부장판사는 "그동안 모든 직관 사건의 선고 결과를 무효로 하자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출장 직관을 둘러싼 위법성 논란은 결국 법원 판단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형사1부의 검사 퇴정명령에 법관 기피 신청으로 응수한 상태다. 기피 신청에 대한 재판은 성남지원의 다른 합의부에서 진행된다. 기피 신청이 최종 기각되면 이 사건에서 직관이 허용될지 여부는 결국 해당 재판부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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