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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산업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역할

입력
2024.11.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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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삶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완전히 변할 것이다. AI가 미래의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AI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첨단 기술주들이 오르락내리락 널뛰는 상황이 이런 불안감을 잘 보여 준다.

문제는 AI 산업은 한 기업만이 잘해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위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100년 전 상황을 짚어보자.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사람들이 앞다퉈 자동차를 만들었을까? 자동차를 생산해도 다닐 도로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면 먼저 도로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까? 자동차가 없는데 자동차 도로를 까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동차 회사는 ‘먼저 도로가 있어야 차를 만들겠다’고 주장할 것이며, 도로 건설자는 ‘자동차를 먼저 생산해야 도로 건설을 시작하겠다’고 반박할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업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가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반도체가 생산돼야 하고, 이 반도체를 쓴 데이터센터(IDC)도 필요하며, 챗GPT 같은 AI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며 이를 소비자가 이용하려면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생산자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AI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도 제공돼야 한다. AI 생태계 안의 수많은 기업이 동시에 보조를 맞춰야 AI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만일 이 중 한두 곳이라도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앞서 나가던 기업은 ‘도로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일본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추월하며 경제를 발전시킨 경험이 있다. 하지만 AI 산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너무 저조하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도로를 먼저 만들어 줘야 민간이 안심하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 발전은 정부가 교통, 통신, 그리고 전력 등 인프라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인프라 사용 비용을 낮춰 줌으로써 가능했다. AI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값비싼 엔비디아 반도체를 쓴 IDC를 중소기업과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해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 일본과 프랑스 등 경쟁국들은 정부가 나서서 AI 인프라 투자를 이끌고 있다.

AI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그 첫 시작일 것이다. 특히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AI 인프라 산업에 정부의 강력한 세제 지원은 물론, 직접 투자도 필요하다. 그래야 민간 기업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불안감을 떨치고 미래 경제의 성장동력에 적극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인공지능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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