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조건부 전세대출 막히고 금리 상승
최근 3개월 아파트 월세 2.8% 급등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따라 금융권이 매매·전세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울 아파트 월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대출 강화로 전세 입성이 막힌 이들이 대거 월세시장으로 몰린 여파로 해석된다.
1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출 규제를 강화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월셋값이 뛰는 추세다. 도심권이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준공 10년 이내의 준신축급 아파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입주 6년 차를 맞은 서울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보증금 1억 원, 월세 330만 원(8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연초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 수준에서 10%(30만 원) 뛰었다. 이달 들어선 같은 면적 아파트가 보증금 1억 원, 월세 350만~360만 원 시세로 중개업소에 등록돼 있다.
마포구 대단지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보증금 1억 원, 월세 360만 원에 거래됐다. 연초만 해도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시세가 20% 가까이 뛴 셈이다. 이달 들어선 보증금 1억 원, 월세 380만 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보증금 1억 원 기준, 역대 최고 금액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전용 95㎡ 이하 대상)는 전달보다 0.8% 오른 117.9를 기록했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119.6) 역시 역대 최고다.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월셋값은 5.2% 올랐는데, 최근 3개월 동안 2.8% 뛰었다.
최근 월세시장이 초강세로 돌아선 건 금융권의 대출 규제 영향이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은 줄줄이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은행 전세대출금을 반드시 집주인의 주택 대출금 상환 용도(근저당 말소)로 이용하겠다는 조건이 걸린 상품인데, 집주인의 갭투자를 막겠다며 은행들이 이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도 오름세라 서울 아파트 전세 문턱이 크게 올라간 상황이다.
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막히자 집주인들도 전세로 내놓은 물건을 속속 월세로 돌리고 있다. 이날 기준 부동산 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아실 통계)은 1만9,575개로 9월 1일 이후 30.8%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 매물 증가율(2만6,740건→3만2,633건)은 22%로 더 낮다. 이달 현재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526건으로 전세 거래량(1,941건)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후년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임대차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서울 아파트시장에서도 빠르게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줄어들어 당분간 월세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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