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동덕여대 사흘째 '점거 시위'
'의견 수렴' 없는 학사 운영에 반발
"협의체 기능 강화로 갈등 줄여야"
남녀공학 전환 관련 갈등이 본관 점거로 이어진 동덕여대의 사례처럼, 전국 다수 대학이 학사제도 개편을 두고 갖가지 내홍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교 통폐합이나 학과 폐지 등 학생들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변화가 예고돼 있음에도, 학생들은 정작 자신들이 논의에서 쏙 빠져 있다며 반발하는 중이다.
13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들은 5일 발표된 발전계획안인 '비전 2040'에 남녀공학 전환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7일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11일부터 '공학 전환' 철회를 촉구하며 건물 점거와 수업 거부를 이어가자, 동덕여대 측은 농성 이틀째인 12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13일 기준으로 아직 구체적인 소통 일정 및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A(23)씨는 "전날 시위의 취지는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라면서 "그간 학교가 권위적 태도로 일관해 학생들도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여자대학의 정체성과 교육 철학은 유지돼야 하며,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시작될 경우 학생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견 수렴 없는 진행에... 학생들 반발
학사제도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동덕여대의 일만은 아니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는 학생들 의견 수렴 없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이 추진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학교 측이 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사태가 종결됐다. 성신여대에서도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외국인 남학생 입학 허용'을 결정한 학교를 규탄하는 시위가 12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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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생이 줄어들며 학교 자체가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런 학사제도 개편 관련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초학문 학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덕성여대의 경우 올해 4월 이듬해부터 독문·불문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논의 당시 대학평의원회에서의 부결이 반영되지 않고 재차 안건을 재상정하는 등 학교 측에서 처리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당 학과 학생, 교수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달 7일 신입생 모집중단을 앞두고 '사회학과 장례식'을 치른 대구대에서도, 폐과 소식에 재학생들이 휴학 또는 자퇴를 하는 등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사협의체 실질적 기능 강화를"
학생들과 학교 측이 만나 중요 안건을 논의하는 학사협의체를 마련한 대학도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고려대의 경우 2016년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미래대학' 추진을 두고 학생들과 갈등을 빚은 뒤 '학사제도협의회'를 구축했다. 해당 협의체는 학교 및 학생 대표자가 동수로참여해 학사제도 개편안을 교무위원회에 올리기 전 미리 심의하는 기구다. 이화여대, 중앙대, 숭실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의견 조율을 위해 유사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덕여대 역시 유사한 협의체가 있지만 갈등을 완화하는 등의 역할 수행은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 상황 악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앞으로 학내 구성원 간 의견 차이로 갈등이 심해질 것을 우려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협의체의 실질적 기능 강화뿐 아니라 학교 측에서도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며 "다양한 소통기구를 꾸려 학생들을 논의 주체로 참여시키면, 학사제도 개편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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