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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尹이고, 李는 李다

입력
2024.11.13 17:30
26면
21 3

한쪽은 이 대표 선고 후 반전 노리고
또 한쪽은 ‘김건희 리스크’에 목매고
차악 손들 만큼 국민 우매하지 않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마친 후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마친 후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전방위 압박을 하던 ‘그 한동훈’이 맞나 싶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중요한 건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김건희 여사 두둔만 하다 끝난 140분 회견’이라는 게 대체적 관전평인데,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약속을 한 게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민심에 맞게 실천하라는 건지 어리둥절하다. 1월 서천 화재 현장에서 90도 폴더 인사를 하던 장면의 오버랩이다.

비장했던 태도와 달리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 자체가 타협적이긴 했다. 윤 대통령의 실천이 얼핏 속도감 있어 보이지만 알맹이를 찾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손에 잡히는 건 대통령 부부 휴대폰을 바꿨다는 것과 제2부속실을 출범시켰다는 것뿐. ‘김건희 라인’ 쇄신은 할 듯 말 듯 애매하고, 내각 인사는 예산안 처리 뒤에야 하겠단다. “김 여사가 연말까지 대외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내년 이후엔 재개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만약 국민의힘 의원총회(14일)에서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기로 한다면 윤 대통령은 통 큰 결단인 양 수용할 것이다. 약속대련 느낌이 물씬 난다.

민심은 ‘특감이 아니라 특검이 본질’이라고 줄기차게 말해왔다. 숱한 의혹을 그대로 둔 채 향후 발생할 일만 감시하겠다는 걸 국민들은 수긍 못한다. “여론조사에서 찬성 70% 이상이면 만장일치에 가깝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는데 특검 찬성률이 그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민 눈높이”를 말하던 한 대표는 모르는 척 특감만 외친다. 윤 대통령은 아예 특검의 위헌성을 주장한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의 심각한 자기 부정이다.

두 사람이 기적 같은 화해로 단일대오를 구축한 게 아니란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린 법원 선고가 코앞이다. 당장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올 것에 대비한 보수 결집 ‘빌드업’일 것이다.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고, 특검 동력도 시들해질 거라는 판단일 것이다.

‘상대평가’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낙제점을 맞고 있는데 경쟁자가 타격을 입는다고 큰 반전을 기대하는 건 대단한 오판이다. 김 여사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고 화끈한 국정 쇄신을 하지 않고는 반사효과는 잠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한시적 제휴가 다시 끊어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대표도 다르지 않다. 설령 11월 사법리스크를 돌파한다 해도 대장동 비리, 불법 대북송금 등 더 큰 리스크가 첩첩산중이다. 대통령 부부를 때리고 정부 정책에 태클만 걸었지 제1야당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정책 비전을 보여준 건 기억에 없다. 국민 생명이 달린 의정갈등에 발을 빼고, 미래세대 노후가 달린 연금개혁도 남의 일 보듯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먹사니즘’도 헬리콥터에서 돈을 흩뿌리는 기본소득 외에 딱히 국민들이 감동할 만한 내용은 없다. 본인 한 사람을 위해 공당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니 당연하다. 민심이 윤석열 정권에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인의 결격사항을 끝까지 덮어줄 거라 믿는가.

차악이라도 뽑아야 할 선거철이 아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은 윤 대통령대로,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평가한다. 두 사람은 ‘이재명 리스크’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집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시라. 축구팬들도 골을 먹을 땐 먹더라도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을 응원한다. 90분 내내 무기력하다 상대 실수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되풀이되면 두 팀 모두에 등을 돌리는 법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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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0 / 250
  • 연무7777 2024.11.20 13:09 신고
    이는 이고 윤은 윤인데. 왜 윤을 전부 방탄으로 기소조차 안합니까? 민심은 공정성을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이가 죄가 있고 리스크가 첩첩 산중이라는게 핵심이 아니에요.

    이가 없어도 국민 70% 이상은 국민의 힘당 안찍습니다. 이명박 후임으로 박근혜정권이 탄생하니,정권 재창출이라고 여권은 좋아했지만,박근혜는 이명박을 기소했습니다. 이때 박을 도와서 기소 한 검사가 누군지는 잘 아실테니 거론 않겠습니다만,후임정권이 누구라도 윤은 죄를 못피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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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리봉봉2 2024.11.20 14:29 신고
      말잘하시네. 이가 없어도 국힘 안뽑는데 왜 정적 죽이기라는 개소리를 하는지. 본인 말대로 국힘 안찍으면 정적 죽이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음? 재명이가 아니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 무슨 석열이 재명이 아니면 나라가 망하는거 처럼 말하는 극열지지자를 보면 웃김. 거의 정신병자 수준. 재명이 대통이 안된게 윤 때문임? 재인이 때문이지. 석열이는 내려오면 거의 100프로 기소될꺼니 방탄 거리지 마시길. 받을 건 받는 대한민국입니다.
  • 애라이 2024.11.13 19:14 신고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자기네들이 뱉어놓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입니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여기서 무죄나 가벼운 벌금형만이 나온다면요? 그러면 당연히 역풍이 불겠죠. 게다가 김건희 件과 엮겨서 더욱 역풍이 될겁니다.
    당연히 그렇기에 국민의힘은 이번 1심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형량을 얻어내지 못하면 더욱 사법부에게 프레임을 씌워서 좌편향이니 민주당에 매수당했다느니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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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리봉봉2 2024.11.20 14:31 신고
      결과나온 지금의 민주당 보다야.. 그 대안이 민주당이라는게 개탄할 일이지.
  • 세심이 2024.11.14 15:02 신고
    민주당은 그래도 고정 지지층이 있기에 아직까지 사법 판결을 받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온갖 혜택과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정작 집권하고 있는 용산은 국힘당을 아래로 보고 대표 자체를 무시 괄시하면서 용산 입맛대로 오만하게 독단 통치를 하다가 제대로 외통수에 걸린 게 바로 김 여사 리스크이다.뒤늦게 대통령실에서 교활하고 약삭 빠르게 한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기민함을 보였다.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뒷맛이 개운치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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