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이 대표 선고 후 반전 노리고
또 한쪽은 ‘김건희 리스크’에 목매고
차악 손들 만큼 국민 우매하지 않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전방위 압박을 하던 ‘그 한동훈’이 맞나 싶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중요한 건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김건희 여사 두둔만 하다 끝난 140분 회견’이라는 게 대체적 관전평인데,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약속을 한 게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민심에 맞게 실천하라는 건지 어리둥절하다. 1월 서천 화재 현장에서 90도 폴더 인사를 하던 장면의 오버랩이다.
비장했던 태도와 달리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 자체가 타협적이긴 했다. 윤 대통령의 실천이 얼핏 속도감 있어 보이지만 알맹이를 찾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손에 잡히는 건 대통령 부부 휴대폰을 바꿨다는 것과 제2부속실을 출범시켰다는 것뿐. ‘김건희 라인’ 쇄신은 할 듯 말 듯 애매하고, 내각 인사는 예산안 처리 뒤에야 하겠단다. “김 여사가 연말까지 대외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내년 이후엔 재개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만약 국민의힘 의원총회(14일)에서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기로 한다면 윤 대통령은 통 큰 결단인 양 수용할 것이다. 약속대련 느낌이 물씬 난다.
민심은 ‘특감이 아니라 특검이 본질’이라고 줄기차게 말해왔다. 숱한 의혹을 그대로 둔 채 향후 발생할 일만 감시하겠다는 걸 국민들은 수긍 못한다. “여론조사에서 찬성 70% 이상이면 만장일치에 가깝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는데 특검 찬성률이 그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민 눈높이”를 말하던 한 대표는 모르는 척 특감만 외친다. 윤 대통령은 아예 특검의 위헌성을 주장한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의 심각한 자기 부정이다.
두 사람이 기적 같은 화해로 단일대오를 구축한 게 아니란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이 달린 법원 선고가 코앞이다. 당장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올 것에 대비한 보수 결집 ‘빌드업’일 것이다.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고, 특검 동력도 시들해질 거라는 판단일 것이다.
‘상대평가’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낙제점을 맞고 있는데 경쟁자가 타격을 입는다고 큰 반전을 기대하는 건 대단한 오판이다. 김 여사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고 화끈한 국정 쇄신을 하지 않고는 반사효과는 잠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한시적 제휴가 다시 끊어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대표도 다르지 않다. 설령 11월 사법리스크를 돌파한다 해도 대장동 비리, 불법 대북송금 등 더 큰 리스크가 첩첩산중이다. 대통령 부부를 때리고 정부 정책에 태클만 걸었지 제1야당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정책 비전을 보여준 건 기억에 없다. 국민 생명이 달린 의정갈등에 발을 빼고, 미래세대 노후가 달린 연금개혁도 남의 일 보듯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먹사니즘’도 헬리콥터에서 돈을 흩뿌리는 기본소득 외에 딱히 국민들이 감동할 만한 내용은 없다. 본인 한 사람을 위해 공당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하니 당연하다. 민심이 윤석열 정권에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인의 결격사항을 끝까지 덮어줄 거라 믿는가.
차악이라도 뽑아야 할 선거철이 아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은 윤 대통령대로,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평가한다. 두 사람은 ‘이재명 리스크’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집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시라. 축구팬들도 골을 먹을 땐 먹더라도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을 응원한다. 90분 내내 무기력하다 상대 실수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되풀이되면 두 팀 모두에 등을 돌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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