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탄소, 1990년 대비 81% 감축"
기존 '78% 감축' 목표에서 3%p 높여
"정치적 위험 휘말릴 것" 회의론도 존재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막 이튿날인 1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자국의 2035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퇴행 기류를 영국의 '그린 리더십'을 돋보이게 할 전화위복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야심 찬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걸림돌이 많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은 엄청난 기회"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COP29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2035년 영국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1%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가 2021년 내세웠던 '78% 감축' 목표를 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가디언은 "COP29에 참여한 모든 정부 계획 중 가장 야심 차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의 노림수는 '글로벌 기후 리더십 선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재등장한 미국과 유럽 국가 곳곳에 반(反)환경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되레 청정에너지 투자를 늘려 영국이 '글로벌 녹색 산업'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취지다. 스타머 총리는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의무가 아닌 엄청난 기회"라며 "청정에너지 등 '미래의 경제'를 위한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험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해 되레 큰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일종의 '역베팅'인 셈이다.
다만 목표 달성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은 이미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상당 부분 완료했다"며 "추가 감축을 위해서는 국민 생활 양식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가 내건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통·난방·식품 등 생활비 인상이 불가피한 부문에까지 손을 대야 하는데 국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취지다.
스타머 총리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날 "국민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지시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세부 대안을 내놓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BBC는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미 자국 내에서 국가부채·이주민 등 경제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탄소 저감 동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점점 위태로운 지구... 리더십 시급"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2024 미국 대선에서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화석연료 퇴출 기조가 약화되리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 이날 COP29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리켜 "신의 선물"이라고 지칭해 물의를 빚었다. 올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글로벌 탄소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0.8%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영국 엑시터대)도 나왔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스타머 총리 발표로 기후 대응 불씨가 살아남았다는 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후대응 캠페인 '프렌즈오브어스' 책임자인 로지 다운스는 "지구가 점점 극한 이상 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영국의 기후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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