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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선박유 당장은 비싸지만 결국엔 이득이죠"

입력
2024.12.11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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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유보다 20~30% 비싼 친환경 연료
화주들 탄소 저감 요구로 사용량 늘어
'감축한 탄소' 선사-화주 거래로 '윈윈'
선박 바이오 증유·탄소 포집체계 실증

HMM, 14.4조원 투자 친환경 경영
친환경선 68척·2045년 '넷제로' 목표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부산항에서 브라질 파라나구아로 가는 HMM '현대타코마호'에 2023년 9월 15일 GS칼텍스의 바이오 선박유를 급유하고 있다. HMM 제공

부산항에서 브라질 파라나구아로 가는 HMM '현대타코마호'에 2023년 9월 15일 GS칼텍스의 바이오 선박유를 급유하고 있다. HMM 제공


올해만 바이오 선박유 1만 톤(t)을 쓰는 데 수십억 원이 더 듭니다. 하지만 친환경 대체 연료를 빨리 도입하는 게 선사에 이득입니다

김영선 HMM 팀장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R&D(연구·개발)팀 김영선 팀장의 말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선박 120여 척으로 전 세계에 화물을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기업이다. 1년에 화석연료인 벙커C유(중유)를 170만 톤 넘게 쓴다. 하지만 올해는 바이오 디젤을 섞어 중유보다 20~30% 비싼 바이오 선박유를 1만 톤가량 넣는다. 내년엔 그 양을 더 늘릴 예정이다.

HMM에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들 사이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유럽연합(EU)과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탄소중립)를 목표로 선박의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품 생산과 회사 운영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양(Scope1·2) 및 공급망에서 생긴 배출량(Scope3)으로 나뉜다. 그런데 EU는 기업들로 하여금 스코프1·2를 의무 공시하게 한 데 이어 주요 기업에는 스코프3 공시 의무도 부과한다.

이에 따라 화주의 공급망에 포함되는 선사가 화주와 탄소 감축량을 거래하는 일도 생겼다. HMM이 6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에 탄소 감축량을 판매하기로 한 '그린 세일링 서비스'(Green Sailing Service) 계약이 그것. HMM은 올해 컨테이너선 운항에 바이오 선박유를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국제 표준인 스코프3 권리를 이케아에 넘긴다. HMM은 올해 이를 통해 온실가스 약 1만1,500톤을 줄일 것으로 추산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친환경 대체 연료

친환경 대체 연료인 바이오 중유 실증에 성공한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HMM 제공

친환경 대체 연료인 바이오 중유 실증에 성공한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HMM 제공


이 같은 거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이케아는 HMM으로부터 사들인 탄소 감축량을 스코프3 공시에 활용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HMM은 스코프3를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주 확보를 위한 영업에도 실적으로 쓸 수 있다.

HMM은 화물의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나오는 온실가스를 계산하는 '공급망 탄소계산기'(Supply Chain Carbon Calculator)도 만들어 화주에게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 이는 해상 운 송뿐 아니라 육지 운송까지 포함한 예상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도구다. 화주는 계산 수치를 선하증권(B/L)에 적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운송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배출량은 별도 증서로도 발급한다.

이 회사의 과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추진에는 퍼스트 펭귄1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이 깔려 있다. 2021년 말 HMM은 국내 선사 중 최초로 부산항~파나마 운하 태평양 항로에서 바이오 중유 선박 실증에 성공했다. 바이오 중유란 바이오 선박유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친환경 대체 연료를 말한다. 동·식물성 기름, 바이오 디젤 공정 부산물 등을 원료로 해서 만든 것이다.

'어렵지만 함께 가야 할 길'에 고생담도 있다. 김영선 팀장은 "바이오 선박유는 식물 성분이 들어 있지만 산패하면 박테리아가 생기기 때문에 선박의 별도 보관 탱크에 저장하며 벙커C유보다 먼저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친환경 대체 연료를 실증하는 선박은 기기 상태를 더 꼼꼼하게 점검하고 본사에 일일 보고를 해야 했다"며 "선원들 입장에서 귀찮은 일이지만 지침에 따라 꼬박꼬박 보고서를 보내줘 실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팀장은 "산패 방지 문제 말고도 항속 거리가 벙커C유를 사용할 때보다 약간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며 친환경 대체 연료 사용을 만족스러워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경영에 14조4,000억 원

HMM 알헤시라스호가 2020년 5월 중국 옌톈항에서 화물을 가득 싣고 유럽으로 떠나기 위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HMM 제공

HMM 알헤시라스호가 2020년 5월 중국 옌톈항에서 화물을 가득 싣고 유럽으로 떠나기 위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HMM 제공


이 회사는 바이오 선박유 도입 외에도 중유 추진선의 탄소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더했다. 7월 HMM은 컨테이너선에 국내 최초로 '선박용 탄소 포집 체계'(OCCS)를 설치하고 실증에 나서기도 했다. OCCS는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 후 액화 저장해 배출을 방지하는 온실가스 대응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 중유 추진선을 운용하는 한 탄소 저감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값비싼 바이오 선박유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선사의 비용 부담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오래된 중유 추진선은 친환경 연료 추진선으로 바꾸는 게 낫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HMM은 현재 9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인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2030년까지 155만 TEU(130척)로 늘리는 과정에서 저·무탄소 선박 68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HMM은 지난해 2월 9,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9척(HD현대삼호 7척, HJ중공업 2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HMM은 9월 발표한 중장기 성장전략에서 2030년까지 23조5,000억 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운항 항로를 기존 26개에서 30개로 늘리는 방안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친환경 선박 확보 등 친환경 경영에 투자금의 60% 이상(14조4,000억 원)을 할당했다. 이를 통해 2050년을 목표로 추진했던 '넷제로' 달성을 2045년까지 앞당기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HMM 기업 이미지(CI). HMM 제공

HMM 기업 이미지(CI). HMM 제공



1 퍼스트 펭귄
가본 적 없는 길에 먼저 도전하는 이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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