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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 같은 듯 다른 두 나라

입력
2024.11.16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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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니다”, 일본의 교육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사회는 한국에 비해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허용한다. 일러스트 김일영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사회는 한국에 비해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허용한다. 일러스트 김일영

◇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은 일본에서도 화제

수능일이 다행히 한파 없이 지나가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생도 조금은 덜었을 듯하다. 한국 사회의 입시 열기는 일본에서도 종종 화제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입시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심야 학원에 다니고 ‘일타강사’에게 고액 과외를 받는 일이 흔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에는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출근시간을 늦추고, 경찰이 나서서 학생들을 시험장으로 수송하는 등 사회 전체가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일본의 매스컴에는 수능 시험장에 자식을 들여보낸 뒤 문밖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한국의 이색적인 풍경으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준비에 과도할 정도로 노력을 쏟아붓고,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자녀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맘은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겠지만 일본은 한국처럼 “일단 명문대에 들어가고 보자”, “유망 학과가 아니면 큰일 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는 않다. 일본도 학력 중심 사회이지만 대학 진학에 강박관념을 갖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학이 성공적인 삶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다.

◇ 일본의 고등 교육,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0.9%로 한국의 66%보다는 낮다. 단기대학(한국의 전문대학)이나 전문학교를 포함하면 일본의 대학 수준의 교육기관 진학률은 61%(일본 문부성 기본 조사, 2023년)로, 여전히 한국의 76.2%(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2023년)보다는 낮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사실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아 보일 뿐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OECD 국가 평균(50.9%) 수준이다. 인구가 1억2,000만 명이 넘는 큰 나라에서 고교생의 60% 이상이 대학 수준의 고등 교육 기관으로 진학하는 것이다. 한국보다 수치가 낮다고 해서 사회 전체의 교육 수준이 낮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과 전혀 다른 지점이 있다. 일본에서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거나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훌륭한 ‘옵션’으로 여긴다. 학벌보다 실무 능력과 적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취직의 길이 열려 있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부보다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있다. 사실 요리사, 연예인, 운동선수 등 학력보다는 실력이 훨씬 더 중요한 분야가 수없이 많지 않은가. 명문대를 나온 요리사가 음식을 잘하는 것이 아니요, 학벌이 좋은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한국의 대학생들처럼 취업을 위해 어학 공부나 자격증 취득,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아르바이트로 동분서주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역시 장래를 위한 자기 탐색의 경험이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자문해 볼 시간이, 일본의 대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일정 기간 한국의 대학에 적을 두고 공부할 수 있는 교환 학생 제도도 큰 인기다.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하면 혹자는 K팝이나 연예인의 ‘지독한’ 팬이라고 지레짐작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런 감정적 호감이나 충동적 호기심만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못 보았다. “K팝 때문에 한국 문화를 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한일 간 무역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든가 “통번역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익혀서 한국 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등 개인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젊은이가 많다. 물론 이들이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한국과 관계없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전혀 다른 분야나 업무에 종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본 경험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되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일본의 고등 교육에도 과제가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남자와 여자의 대학 진학률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2023년 일본 문부성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남성이 55%, 여성이 49%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상관이 있어 보인다.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전문학교나 단기대학에 진학하거나 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여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여성의 경우에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이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 행복한 삶을 위한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일본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허용한다. 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끊임없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대학에 다닐 때에는 좋은 회사에 취업해야 하며, 취업 후에는 안정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등의 목표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목표에 쉼 없이 부응하는 삶은 때로는 너무 고단할 뿐 아니라 어느 순간 그 목표가 사라졌을 때에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지속할 힘을 키울 수 없다. 과연 목표와 성취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올바른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전체가 떠안은 고민거리이다. 모두 입을 모아 경쟁적인 교육 환경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뿌리 깊은 학력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막상 내 자녀가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나서면 걱정과 불안이 앞서는 부모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성공의 기준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맞춰져 있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단지 학벌을 쌓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성장하고 언젠가 자립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진정한 교육은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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