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실물이전과 퇴직연금의 기능
소득공백기·소득감소 대비에 퇴직연금은 필수
실물이전제도로 퇴직연금 운용 유연성 제고
금융기관 공시 수익률≠내 퇴직연금 수익률
본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운용하느냐 관건
퇴직연금으로 세금 아껴 연금소득 늘리는 효과
가치 유지하려면 물가상승률 따라가는 수익률
원금보장 상품보다 금융투자상품 활용도 높여야
편집자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2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될 결심!
올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가 시작됐습니다. 실물이전제도란 퇴직연금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별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기관의 계좌로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가입자가 직접 운용을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존에도 가입한 금융기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전할 수 있는 계약이전제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유 상품을 매도한 후 현금화해야 이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웠습니다. 또한 계약이전을 위해 원리금보장 상품(예금, 원금보장 조건 채권형 파생상품(ELB) 등)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약정이자율을 제대로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계약이전을 꺼리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물이전제도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됐습니다. 보유 금융상품을 현금화하지 않아도 금융기관을 변경할 수 있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운용에 유연성이 한층 더 좋아진 것입니다(※일부 금융기관이나 상품의 경우 실물이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음).
한편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도입을 계기로 금융기관들의 고객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많아지는 부분입니다. 금융기관은 고객유치를 위해 수익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구조이기에 해당 금융기관의 공시 수익률이 내 수익률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익률은 가입자 본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공시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금융기관에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는 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운용하고자 하는 방식에 맞는 서비스 환경이 잘 구축돼 있는지를 따져보고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물이전 역시 가입자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환이지 퇴직연금 자체의 목적은 아닙니다. 최근까지 퇴직연금을 노후준비의 중요 수단으로 여기지 못하고 일시적인 자금수요에 써버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에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퇴직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은 물론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퇴직연금이 가지는 주요 기능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소득공백기를 대비하는 ‘가교연금’ 기능
법정정년은 60세이나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61~65세로 차이가 있습니다. 재취업하거나 다른 노후자금이 준비되지 않는 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 소득공백기가 발생합니다. 주된 직장에서의 실질 퇴직연령을 고려해 보면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해집니다. 최근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부가조사(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취업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52.8세로 조사되었습니다. 체감 퇴직연령은 50대 초반에 불과하므로 소득공백기가 10년에서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재취업을 해도 기존 소득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대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73.1%, 월 근로시간은 정규직의 61.5%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50대에 정규직에서 퇴직한 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해도 환산된 월소득은 기존의 45%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50대 초반이면 생활비가 여전히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므로 소득공백기나 소득감소 대비 목적으로 퇴직연금은 반드시 필요한 자산입니다.
2)국민연금을 지원하는 ‘보충연금’ 기능
2022년 기준 국민연금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월 65만 원 정도로 개인기준 최소 노후생활비(월 124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20년 이상 가입자라면 월 108만 원까지 올라가지만 전체 수급자의 11%에 불과하고 여전히 최소 노후생활비에 미치지 못합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준비가 어려운 것은 소득대체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소득대체율은 1988년 시행 당시 70%로 시작되었지만 2028년에는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저부담 고급여’ 체계로 설계돼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밖에 안 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8%보다 현저하게 낮은 부담이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수령한다면 상황은 좀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어려우니 퇴직연금을 통해 부족한 현금흐름을 보충해 줘야 합니다.
3)세금을 줄여주는 ‘절세연금’ 기능
퇴직연금으로 세금을 아껴 연금소득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퇴직 시점에 일시금으로 받지 않으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부담하지 않고 인출하는 시점까지 과세이연 효과가 발생합니다. 세금을 당장 내지 않는 만큼 더 많은 적립금이 운용돼 연금자산을 늘릴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연금수령 시 퇴직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의 30%가 할인된 연금소득세가 적용돼 직접적인 절세효과가 발생합니다. 운용수익도 저율(3.3~5.5%)의 연금소득세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연간 연금수령한도금액을 초과해 인출하게 되면 초과분은 절세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퇴직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 퇴직소득세를 부담하고, 운용수익은 기타소득세(16.5%)로 과세되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10년 이상 나누어 수령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절세 기회가 많지만 정작 연금수령은 10.4%에 불과하고, 90%에 가까운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어 절세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수령할 때 가장 이익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4)퇴직급여를 지켜주는 ‘보장연금’ 기능
퇴직연금 적립금은 규모적으로 성장이 이루어졌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대기업, 공공기관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지면서 중소기업과의 퇴직연금이 양극화되는 모습입니다. 2022년 기준 도입대상 사업장 중 도입률은 26.8%로 2018년(27.3%) 이후 5년째 답보상태입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91.9%까지 올라왔지만 10~29인(57.3%), 5~9인(32.9%), 5인 미만(10.5%) 등 보호가 더 많이 필요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퇴직연금은 사외적립을 통해 근로자의 퇴직급여 체불을 방지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사업주가 퇴직연금을 적립해 지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5)물가상승을 쫓아가는 ‘실질연금’ 기능
원리금보장 상품만으로는 연금자산을 충분히 늘리기가 어렵고, 치솟는 물가를 쫓아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90%가 넘는 금액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방치돼 있습니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도 원리금보장 상품이 여전히 많습니다.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원리금보장 상품을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제공해 줬던 적이 있었으나 요즘은 시중금리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연금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하려면 최소한 물가상승을 따라가는 수익률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이 노후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금융투자상품 활용도를 좀 더 높여가야 합니다.
퇴직연금에 좀 더 관심만 기울여도 안정적인 노후준비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퇴직연금은 납입금액을 따로 마련해 넣을 필요도 없으니 근로자 입장에서는 잘 지키고 키우기만 하면 됩니다. 퇴직연금 기능들을 100% 활용해 노후준비의 중심축으로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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