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금자 보호한도 2배 확대 합의
"2001년 도입 후 그대로…상향해야"
5000만 원 초과 계좌 전체의 2% 불과
보험료 소비자 전가, 자금 쏠림 우려
여야가 전날 예금자 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데 합의한 데 대해 금융권은 이로 인한 혜택보다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5,000만 원 이상 예금을 보유한 계좌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한 반면, 한도 상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전체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자금 쏠림 등 부작용도 우려하며 도입 시기를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여야는 예금자 보호한도를 현재보다 2배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의견을 모으고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원금+이자)을 돌려줄 수 없을 때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2001년 도입 후 지금까지 5,000만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사이 국가 경제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졌지만, 한도는 그대로라 일부 금융 소비자는 계좌별로 5,000만 원씩 쪼개 예치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5,000만 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200만 원), 일본은 1,000만 엔(약 9,000만 원)의 보호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에서도 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보험료 인상 대비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실제 예보에 따르면 5,000만 원 초과 예금자는 전체 금융 소비자의 2.2%에 불과하다. 현재 보호한도로도 예금자 98%가량을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호한도가 높아질 경우 1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수혜자는 극소수인 반면, 한도 인상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전체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점도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금융사가 예보에 내는 예보료율(잔액 대비)은 은행 0.08%, 보험회사 0.15%, 종금 0.15%, 투자매매·중개 0.15%, 저축은행 0.40% 수준인데, 보호한도 인상으로 예보료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결국 금융사가 금융 소비자에게 줄 예금 이자를 줄이거나 수수료를 올리는 식으로 높아진 예보료율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 등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도 우려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출할 여력이 안 되는데 예금이 많이 들어오면 이자 비용만 늘어 건전성에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금 이동에 대한 위험이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등으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시기에 제2금융권으로 돈이 몰리면 지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도를 상향하되 실행 시기는 조정하자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도 상향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아직 PF 문제 등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법안 소위 과정에서 도입 시점에 대한 얘기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