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을 재석 191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야권의 김 여사 특검법 처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꼼수 악법"이라며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과 본회의에 불참한 문정복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번에 가결된 수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던 특검법과 달리, 수사 대상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사태로 드러난 공천·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한정했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되, 야당이 비토권을 갖도록 했다. 앞서 여권이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 내용들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여당은 수정안 중 비토권을 겨냥해 "야당이 특검을 선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토권이 반대 이유라면 특검 추천 방식을 포함한 자체 안을 마련해 야당과 절충에 나설 수도 있었다. 여당은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에 나선다고 하지만, 예방책이자 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이 명태균 사태로 증폭된 김 여사 의혹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실상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에 따른 국면 전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내도 담겼을 것이다.
임기 후반부에 들어선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4대 개혁 추진은 고사하고 국정 운영조차 어려운 백척간두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효과가 없었던 것은 김 여사 문제에 전향적 인식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이 같은 정권 위기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게 아니라 김 여사 의혹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국회 재표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수정안에 불합리한 내용이 있다면 자체 안을 제시하고 야당과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야당도 여당을 무조건 압박할 게 아니라 특검법을 최대한 여야 합의로 처리하려는 자세로 호응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을 끝내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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