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병환에 중2 때 학교 그만둬
만학도 대상 일성여중·고에서 공부
최근엔 대학 2곳에서 수시 합격도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주인공 중엔 나이 지긋한 만학도도 있다. 올해 수험 응시생 52만 명 가운데 최고령은 83세 임태수 할머니였다.
임 할머니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사범대학부속여고 앞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입장했다. 학우들은 '엄마도 대학 간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임 할머니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임 할머니는 응원단 앞에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쥔 채 활짝 웃으며 자신감을 비쳤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강원 영월에서 자란 임 할머니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병간호와 집안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꿈도 접어야 했다.
임 할머니는 가정을 꾸리고 슬하에 자녀 넷과 손주 셋을 둘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학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는 만학도를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2년제 '주부학교' 일성여중·고에 입학했다. 할머니의 집에서 서울 염리동에 있는 학교까지는 왕복 2시간이나 걸렸지만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늦깎이였음에도 공부에 매진한 결과 임 할머니는 최근 백석예대와 숙명여대의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할머니는 백석예대 실버케어비즈니스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대학 입시를 마쳤지만 할머니는 수능을 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임 할머니는 지난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주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면 꿈이 이뤄진다'고 했다.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가서 '할머니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는 아프지만, 정신은 건강하다"며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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