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패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K스포츠재단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재차 나왔다. 다만, 법원은 이미 이 재단이 파산한 것을 감안해 출연금 회수 권한은 파산절차 내부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3부(부장 박성윤)는 K스포츠재단 측이 SK지오센트릭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8일 "재단에 대한 SK지오센트릭의 파산채권은 30억1,700여만 원임을 확정한다"며 각하 판결했다. 원고 패소한 1심 판결과 사실상 같은 결론이다.
K스포츠재단은 스포츠문화 토대 마련을 목적으로 2016년 설립됐지만, 실상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사유 재단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부를 받은 대기업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를 통해 총 288억 원을 출연했고, 이 중 SK지오센트릭은 21억5,000만 원을 냈다.
이후 2018년 국정농단 관련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혐의가 인정되자 재단은 기업들에 "출연 취소 의사를 2주 내에 알려달라"고 통지했다. 대통령 강요에 의해 모금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니왔으니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기부금을 반환하겠다는 취지였다.
대다수 기업은 승낙했다. SK지오센트릭은 당장 출연금 회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에 앞서 "재단의 해산절차 진행 상황 및 사유, 청산절차 개시 여부 및 향후 일정 등을 알려주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사의 법적 권리에 관한 검토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듬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죄가 무죄 취지로 뒤집히자, 재단은 말을 바꿔 "채무는 없었던 것이 돼야 한다"며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SK지오센트릭에는 "취소권의 소멸시효 3년이 지난 2022년까지 취소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재단 측 주장을 물리쳤다. SK지오센트릭에 출연금 회수 의사가 없었다면 2018년 굳이 회신하지 않았을 것이고, 답변 내용상으로도 취소할 용의가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단 이유다. 즉, 대통령 탄핵일(2017년 3월 10일)로부터 3년 내에 명시적이진 않아도 취소 의사가 전달됐다고 봤다.
재단 측 불복으로 열린 항소심 판단도 동일했다. 다만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올해 5월 재단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음에 따라, 기존 소송은 청구 취지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해 각하하고 출연금 원금과 지연손해금 등을 더한 30억 원을 재단에 대한 파산채권으로 계산했다.
재단이 출연 기업에 기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은 잇따르고 있다. 올해 7월엔 롯데케미칼에 대한 반환 판결이 확정됐고,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등 대다수 기업이 1심에서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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