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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명물 '오리배' 제물됐다... 배후엔 대구시 vs 농어촌공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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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명물 '오리배' 제물됐다... 배후엔 대구시 vs 농어촌공사 '갈등'

입력
2024.1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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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수성못 등장, 오리배 74대 철거
공사 "향후 수성못 임대사업계획 없다"
사용료와 세금전쟁 연장선 '오리배 희생'
수상공연장 조성 앞두고 갈등 재연

대구 수성못의 명물 오리배가 지난 14일 철거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 수성못의 명물 오리배가 지난 14일 철거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 수성못의 명물 '오리배'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오리배 사업자인 S레이크보트는 지난 14일 수성못에서 보트와 기중기, 트럭을 동원해 선착장 2군데에 있던 오리배 74대를 모두 철거했다. 1988년 '족탁식 보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오리배는 나룻배와 우산페달배, 유람선, 폰툰보트 등이 생겼다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수성못을 지켜왔으나 결국 둥지를 떠나게 됐다. 둘레만 2㎞에 이르는 대구 시민의 휴식처 수성못에서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오리배'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오리배 수면임대차계약 종결

대구 수성구와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에 따르면 표면적 이유는 공사와 S보트가 체결한 수면임대차계약이 이달 초 종결됐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3일부터 5년 단위의 계약으로 수성못에 오리배를 띄운 S보트는 2019년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지난달까지 총 10년간 영업을 하고 폐업했다.

S보트는 오리배 74대를 모두 무상기증키로 했다. 유도선사업법에 따라 배의 나이인 선령 제한이 25년인 터라 올해 17~23년된 이들 오리배로 5년 더 도전하기에는 선박 교체의 부담이 작용한 탓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S보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대 초반에는 집합금지 등 여파로 사업이 부진해 야간운항하던 10인승 '폰툰보트' 2대도 철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최근에는 정상궤도에 올랐고, 오리배를 교체해서라도 연장할 의사는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리배 신규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입찰공고는 뜨지 않았다.

뜻밖에도 오리배 운항 중단은 수성못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결정이었다. 공사 측이 가만 있어도 들어오는 매년 1억8,000만 원의 오리배 사업 임대수입을 포기한 것이다. 오리배 사업 중단뿐만 아니라 수성못에서 어떤 수익사업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성못에서 배가 떠다니던 시절은 추억이 됐다.

세금폭탄 원인으로 오리배 지목

인부들이 지난 14일 대구 수성못에서 오리배를 철거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인부들이 지난 14일 대구 수성못에서 오리배를 철거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공사 측은 '세금' 때문이라고 했다. 농어촌공사가 대구시와 수성구를 상대로 제기한 수성못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는 이겼으나 유례없는 세금 폭탄을 맞게된 것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2018년 9월 "수성못 토지무단사용에 대한 부당이득금을 내라"며 대구시와 수성구를 상대로 각각 20억2,000여만 원과 1억2,000여만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구시에 11억3,000여만 원, 수성구에 1억2,200여만 원을 각각 지급하고, 향후 매년 1억4,000만 원 상당의 사용료도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여기다 7억3,900만 원을 추가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구시와 수성구는 상고를 포기하면서 공사의 승리로 소송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수성구는 소송에 앞서 수십 억원의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면서 공사 측은 2018~2022년치 재산세 8억7,600만 원과 2018, 2019년 2년치 종부세 5억600만 원을 납부했다. 2020~2022년 종부세는 아직 고지되지 않았다.

여기다 지난해에는 재산세 3억5,700만 원, 종부세 21억200만 원을 냈고, 올해는 재산세 3억6,100만 원과 12월 종부세가 부과된다. 공사 측은 매년 25억 원 안팎의 과세 근거가 바로 오리배 사업을 위탁하는 수면임대차계약인 것으로 보고 이번에 전면 중단하게 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매년 1억8,000만 원의 오리배 임대 수입과 농업생산 기반시설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사실 등을 근거로 25억 정도의 세금을 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더 이상 수성못에서 수익사업을 하지 않으면 세금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공연장 조성도 '갑론을박'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 공모사업 중 하나인 '수성못 수상공연장 및 수성브리지 조성사업'에서 선정된 수상공연장 설계안. 수성못 북서쪽에 90x130m 규모로 들어선다. 대구 수성구 제공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 공모사업 중 하나인 '수성못 수상공연장 및 수성브리지 조성사업'에서 선정된 수상공연장 설계안. 수성못 북서쪽에 90x130m 규모로 들어선다. 대구 수성구 제공

대구의 명물이 될 '수성못 수상공연장' 조성도 그 연장선에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이 공연장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7월 착공해 2026년 6월 수성못 북서쪽 수면 위에 1,200석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가로 130m, 세로 90m 규모의 수상공연장 수면 임대를 희망했지만 "재산세가 임대료보다 높아 규정상 불가하다"는 이유로 공사로부터 거부당했다. 공사 측은 대구시 등에 수성못을 매입해서 수상공연장을 조성하거나 계획이라도 세워달라고 요구했으나 마찬가지로 거부당했다.

수성구는 대신 가로 130m, 세로 90m 규모의 수상공연장 부지만 매입할 의사를 피력했지만 저수지의 일부분만 매매한 전례가 없어 공사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성구는 올해 재산세를 부과하면서 21만8,000㎡ 규모의 수성못에 대한 공시지가를 ㎡당 42만7,300원으로 고시했다. 수상공연장 부지 매입에는 공시지가로만 40억~50억 원이 들고, 실거래가로는 2, 3배는 될 전망이어서 난제로 꼽히고 있다.

수성못을 둘러싼 공사와 대구시 등의 사용료와 세금 전쟁이 결국 오리배마저 제물로 삼으면서 갈등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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