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후재앙' 앞 글로벌 조별과제... '인류 생존비' 누가 얼마나 낼 것인가
알림

'기후재앙' 앞 글로벌 조별과제... '인류 생존비' 누가 얼마나 낼 것인가

입력
2024.11.16 11:00
0 0

COP29 최대 쟁점 '신규 기후재정 목표' 설정
탄소 배출은 선진국이 하고 피해는 개도국서
1000억 달러 겨우 모았는데 "1조~5조 달러 돼야"
경제·배출 10위권 한국도 책임 자유롭지 않아

기후 재정·투자·무역을 위한 바쿠 이니셔티브(BICFIT)가 열린 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COP29 행사장에서 한 활동가가 '북반구는 기후재정에서 수조 달러를 빚졌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기후 재정·투자·무역을 위한 바쿠 이니셔티브(BICFIT)가 열린 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COP29 행사장에서 한 활동가가 '북반구는 기후재정에서 수조 달러를 빚졌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이것은 '막을 수 있는' 불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가장 큰 비용은 가난한 사람들이 치릅니다. 기후금융과 관련해 세계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인류가 치르게 될 것입니다."

1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올해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합의된 '1.5도'를 일시적으로 넘겨 전 지구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유엔 기후변화 회의체에서 '기후재정'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이 배출한 탄소 때문에 태평양 섬나라 같은 개도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완화·적응·손실 보상을 위해 '돈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내느냐'가 관건이다.

1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진행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도서국가연합(AOSIS)과 최빈개도국(LDC)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각국들이 국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보호하는 게 기후대응 프레임워크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을까 우려스럽다"며 선진국들의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경제·기술 발전 수준이 낮은 이들 섬나라와 최빈국은 탄소 배출이 극히 적은데도 해수면 상승과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직격탄은 가장 빠르고, 가장 크게 맞고 있다.

"재정 총량만 문제가 아니라 질에도 주목해야"

한 환경운동가가 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COP29 행사장에서 '화석연료는 전쟁과 기후변화를 부추긴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한 환경운동가가 1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COP29 행사장에서 '화석연료는 전쟁과 기후변화를 부추긴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바쿠=로이터 연합뉴스

UNFCCC COP는 매년 세계 각국 대표가 모여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올해 핵심 의제는 '기후재정'이다. 탈탄소 기술 확보 등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나 기상이변 속 '적응'을 해내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이때 경제력이 더 크고, 탄소 배출 책임 역시 훨씬 큰 선진국들이 취약한 개도국들에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논의의 골자다.

당초 선진국들은 2009년 COP15에서 '연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목표로 2020년까지 조달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 늦었지만 2022년 기준 1,159억 달러가 모였으나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재정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옥스팜의 '2023 기후금융(재정)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보고된 공공 기후재정 중 4분의 1만 '증여'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차관', 즉 선진국이 개도국에 빌려주는 '대출'이었다.

'화석연료 비확산조약 이니셔티브'의 전문가인 하지트 싱은 COP29 현지 기자회견에서 "재정의 질은 간과하면서 재정 총량에만 주목하는 것은 엄청난 불의"라며 "차관은 (개도국)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며, 진정으로 돕기보다 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美 리더십 공백 속 지지부진한 기후재정 협상

기후 활동가들이 14일(현지시간) COP29 행사장에서 '항목별 기후 영수증(송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면서 선진국들의 기후재정 공여 확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손실과 피해 보상 등을 고려하면 선진국이 개도국에 연간 1조~5조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바쿠=AP 연합뉴스

기후 활동가들이 14일(현지시간) COP29 행사장에서 '항목별 기후 영수증(송장)'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면서 선진국들의 기후재정 공여 확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손실과 피해 보상 등을 고려하면 선진국이 개도국에 연간 1조~5조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바쿠=AP 연합뉴스

이런 논란 속에 새로 등장한 개념이 'NCQG(신규 기후재정 목표)'다. 이미 약속된 1,000억 달러를 시작점으로 재원 규모는 얼마나 키울지, 재정 공여국을 기존 선진국에서 중국 등으로도 확대할지, 양허성(무상 증여성) 공공 자금에 방점을 둘지 아니면 다자개발은행(MDB) 등 민간 자금을 대폭 증대할지 등 사실상 모든 게 NCQG 관련 협상 의제다.

NCQG는 올해 안에 정하는 게 목표지만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어수선한 국제 기후 거버넌스 속에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돈을 내야 하는 선진국과 한시가 급한 개도국 간 입장 차가 클 수밖에 없는데, 리더십을 이끌 국가마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은 공여국 범위를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 등으로 넓히고, 글로벌 기업 같은 민간의 참여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개도국과 기후단체들은 선진국의 공공 재원부터 늘리고, 규모도 '연 1조~5조 달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COP28에서 개도국에 대한 피해 보상 성격으로 새롭게 조성된 '손실과 피해 기금'이 NCQG에 포함될지 여부도 쟁점이다.

15일(현지시간) COP29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들이 'PAY UP'(빚을 갚아라), 'PHASE OUT'(화석연료 단계적 퇴출하라)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바쿠=AP

15일(현지시간) COP29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들이 'PAY UP'(빚을 갚아라), 'PHASE OUT'(화석연료 단계적 퇴출하라)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바쿠=AP

UNFCCC 요청으로 관련 문제를 연구해 온 '기후재정에 대한 독립 고위 전문가 그룹'(IHLEG)은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후행동을 위해 선진국, 중국, 중국 외 개도국을 포괄해 2030년까지 연평균 6조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중 중국 외 개도국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는 2조3,000억~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한국은 1992년 UNFCCC 채택 당시 개도국으로 분류돼 공여 의무를 지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 규모나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어 국제적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녹색기후기금(GCF) 6억 달러, 손실과 피해 기금 700만 달러 공여를 약속한 바 있다. 시민사회 연대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달 29일 한국을 비롯한 G20을 향해 "기후재정 확대와 남반구 지원, 화석연료 퇴출 등 책임 있는 기후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