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물량 2.5배 확대
채광기·송풍기 늘려 잔디 생육 지원
"일본처럼 잔디 품종혼합 방식 추진"
심각한 잔디 손상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물량을 최대 2.5배로 늘리고, 잔디 생육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공채광기와 송풍기를 확대 설치하는 등 서울시가 잔디 관리예산을 대폭 늘린다.
서울시설공단은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관리에 투입되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3배가량 많은 약 30억 원으로 편성해 최근 서울시의회에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잔디 관리와 관련된 올해 예산은 약 11억 원이다.
먼저 잔디 손상에 빠르게 대비하기 위해 잔디 수급 물량을 기존보다 2.5배가량 확대한다. 월드컵경기장은 해마다 외부에서 잔디를 구입하고, 이와 별도로 잔디 예비 포지(圃地)에서 자체적으로 잔디를 키우다가 잔디가 손상될 때마다 가져다 메꾼다. 이 외부 구입 물량을 올해 약 1,700㎡분에서 4,500㎡분으로, 예비 포지 물량은 약 2,500㎡분에서 약 5,000㎡분으로 늘린다.
채광기, 송풍기 등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일본프로축구(J리그) 등 선진 리그의 잔디 관리방식도 확대한다. 월드컵경기장은 지붕이 전체 관중석의 90%를 덮는 형태다. 채광량이 부족하고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잔디의 생육·회복에는 나쁜 조건이다. 이에 인위적으로 잔디의 광합성 작용을 돕는 인공채광기를 현재 2대에서 5대로 추가 설치한다. 그라운드가 지상면보다 5m가량 낮은 등 통풍 이 잘 안돼 여름철의 높은 온도·습도에 잔디가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 송풍기도 현재 8대에서 5대를 추가 도입한다.
장기적으로는 잔디 품종을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한 '한지형 잔디'와 더위에 강한 '난지형 잔디'를 혼합한 '오버시딩 공법' 도입을 검토한다. 난지형 잔디는 뿌리가 길고 탄탄해 더위에 강하고 마찰에 잘 견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이 잘 구르지 않아 축구 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월드컵경기장에 깔린 한지형 잔디는 공을 차면 미끄러지듯 나가는 장점이 있다. 오버시딩 공법은 난지형 잔디를 기본으로 겨울에는 한지형 잔디 씨앗을 뿌려 잔디 품질을 유지하는 공법이다. 다만 이 공법은 유지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든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오버시딩 공법으로 그라운드를 조성한 구장들이 많다"며 "내년부터 예비 포지에 시범적으로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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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9월 5일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팔레스타인전 무승부 이후 한국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홈에서 할 때(잔디 상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됐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잔디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내년에는 폭염을 완화할 수 있는 쿨링팬과 여러 과학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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