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페루서 세 번째 정상회담
“충돌 막자” “올바른 길을”… 트럼프엔 한마음
미 언론들 “상대보다 트럼프 향해 말하는 듯”
APEC, 보호주의 경계 속 ‘다자무역 지지’ 확인
“북한의 추가 파병을 막아 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 이익을 위협하면 안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른바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국·중국의 현직 정상,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16일(현지시간) 페루에서 만나 마지막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2기 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對)중국 강경책을 걱정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상대방보다는 트럼프에게 더 많은 말을 하는 듯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관전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대북 협조 요청에 난색 보인 시진핑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페루 리마의 중국 대표단 숙소 호텔에서 1시간 40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리마를 찾았고, 1년 만에 직접 만나 양국과 지역, 글로벌 현안을 의논했다.
미국 백악관은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을 북한의 대러 파병이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군 추가 파병을 막는 데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했다. 또 북한의 파병으로 한층 깊어진 북러 군사 협력이 북한의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이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도,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도 않겠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북한의 미중 간 ‘전략적 완충 지대’ 역할을 흔들 수 있는 개입이 어느 쪽에서든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대중국 강공 예고’ 트럼프의 존재감
세 번째인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마지막일 공산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하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의 회담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각각 열렸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매번 솔직했다. 이런 대화는 오산을 방지하고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며, 4년간 우리는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도 공존 모색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역시 모두발언에서 그는 “안정적인 중미 관계는 양국 국민의 이익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운명에도 중요하다”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고, 두 주요국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상대보다는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자를 더 의식한 듯하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선거운동 기간 ‘고율 관세 적용’을 공약하는 등 중국에 공격성을 보인 트럼프 당선자는 당선 이후 실제 행정부 요직을 대중 매파들로 채우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두 정상 모두 (회담) 자리에 없는 트럼프에게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리마 APEC 정상회의는 다자무역 지지를 재확인하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하며 이날 폐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지난 15일 개막한 이번 회의에서는 보호무역 부상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 주석은 이틀 연속 “보호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