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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요동치는 중동 정세

입력
2024.11.1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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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마이크 허커비(왼쪽)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 지명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AP 뉴시스

마이크 허커비(왼쪽)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 지명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기 때와 다른 중동 정세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팔레스타인 대의가 중요해졌다. 트럼프는 2017년 예루살렘 수도 이전에 동의하는 강력한 친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했지만, 아랍 세계 반발은 예상보다 미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자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수가 4만3,000명을 넘어서며 반이스라엘 감정이 고조됐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아랍권의 관심이 커졌다.

걸프 아랍 국가와 이란 관계도 180도 달라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평화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1년 전인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하자 이란에서는 사우디 대사관 방화 사태가 발생했고, 양국은 단교에 이르렀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해 중국의 중재로 화해하고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변화된 중동 정세 속에서 트럼프 2기의 중동 외교는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간 전쟁의 해법을 모색하며, 가자지구의 미래 거버넌스, 그리고 장기적인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지역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행동을 억지하고 이란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올해 서로 본토를 겨냥한 군사적 맞대응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2기가 어떤 접근법으로 이란 문제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셋째,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이다. 다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비난하며 이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양국 정상화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업은 지나치게 친이스라엘적, 반이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국방부 장관에 피트 헤그세스가 임명됐고, 전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는 주이스라엘 대사, 유대계 부동산 사업가 스티브 위트코프는 중동 특사로 지명됐다. 이들은 모두 친이스라엘, 반이란 성향을 가졌다. 특히 허커비는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강경파로, 앞으로 서안지구 정착촌 문제 등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는 1기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중동 정세를 직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과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 새로 구성된 외교안보 라인업에서 느껴지는 이 불안한 기류는 단순한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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