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증권·신용연계증권·신용변동 토대
기초자산 상품은 계열사 간 거래 불가
대기업 소속 계열사끼리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처럼 악용해 부당 지원하는 편법이 잇따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보완에 나섰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9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동반 부실화,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TRS를 이용해 ‘꼼수’ 채무보증하는 사례가 늘자 공정위는 위법행위 판단 기준과 유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TRS는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가치 변동으로 생기는 차액을 정산해주는 것을 전제로 증권사나 특수목적법인(SPC)과 계약한 뒤, 이들로 하여금 다른 회사에 자금을 대여해 주는 신용파생상품을 말한다. 채무보증과 비슷한 성격이면서도 형식적으로 채무보증은 아니라 거액이 없어도 인수합병(M&A) 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RS를 이용하는 기업은 증가 추세다.
문제는 TRS를 이용해 대기업이 부실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경우다. 효성그룹이 대표적 예다. 2018년 4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사실상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과 SPC 간 TRS 거래를 이용해 자금을 댔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자금 지원으로 보고 제재했고 대법원 역시 공정위 편을 들어줬다. CJ그룹도 TRS를 통해 계열사에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포착돼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제정안에서 탈법행위 유형을 구체화해 규정했다. TRS 계약 중 사실상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생긴다면 이는 위법하다고 봤다. 기초자산 파생상품에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발행한 채무증권(사채)이 포함된 경우나, 신용연계채권, 신용부도 스와프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주식이나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TRS 등 파생상품은 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식의 가격 변동 등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채무보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계약 기간 내 전환권이 행사된 전환사채(CB)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SPC도 거래대상자에 포함된다. 대기업집단이 금융기관과 TRS를 거래하는 것을 넘어 금융기관이 SPC를 중간에 두고 거래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고시는 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 대기업집단이 새로 계약한 파생상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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