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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러 스미스 “한강 '채식주의자'를 오역했단 논란은 야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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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러 스미스 “한강 '채식주의자'를 오역했단 논란은 야만적이었다"

입력
2024.11.18 14:45
수정
2024.11.18 15: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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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의 영문 계간지 'KLN' 기고문서
"한강 예술성 과소평가하려고 번역 과장하기도"
"광주-가자 연결 독자에 감동"… 번역 인세 기부

2016년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한강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모습. 배우한 기자

2016년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한강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모습. 배우한 기자

“전 세계에 수천만 명 존재하는 한강의 독자 중 한 명으로서 그의 뛰어난 업적이 계속 인정받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한강의 소설들을 영어로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18일 공개된 한국문학번역원의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가 번역한 ‘채식주의자’ 영문판이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는 등 스미스는 한강 문학의 세계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스미스는 이 기고문에서 자신의 ‘채식주의자’ 번역본을 두고 벌어졌던 오역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맨부커상을 계기로 나와 나의 번역이 미숙할 뿐 아니라 존중과 배려 부족으로 오류를 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면서 “이는 야만적이고 사적이었으며, 그 이면은 더욱 심각했다”고 전했다. 당시 일각에서 스미스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바꿔 원본과 다른 소설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놨고, 이는 오역 논란으로 번졌다. 스미스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한강의 예술성을 과소평가하려 내 번역이 지나치게 과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최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면서 “책 속의 서술이 내가 번역하며 기억했던 한강의 목소리와 같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러니 아마 내가 그를 ‘왜곡’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2016년 5월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2016년 5월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스미스는 그러면서도 “이 모든 시간 동안 내가 왜 번역가가 됐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어(Written language)는 나의 모국어”라면서 “나에게 거의 신성시되는 정확성과 명확성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북인도에 머무르면서 번역과 여성혐오, 장애 등에 관한 글을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미스는 자신이 “‘채식주의자’를 극단적이고 기괴하다고 깎아내렸던 보수적인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여성 중 한 명”이라면서 오히려 주인공 ‘영혜’의 당당함을 부러워했다고 덧붙였다.

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수많은 독자를 접하며 감동했다”며 이 작품의 번역 인세를 이스라엘이 공격을 퍼붓는 가자지구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에 대해 말한 문장을 빌려 말했다. “가자 또한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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