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토지·건물 몰수"→2심 "건물만 몰수"
성매매 범죄의 장소로 쓰인 업소 건물을 몰수하는 것은 정당해도, 향후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영등포구 재개발사업 조합장인 홍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건물 몰수를 처분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홍씨는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영등포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2021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추가로 기소되기도 했다. 홍씨 부부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1년을 선고받았고, 여기에 소유 건물과 토지를 몰수 보전해 달라는 검찰의 청구까지 받아들여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몰수해 성매매 업소 운영의 물적 기반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크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건물 몰수만으로 재범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론이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건물에 비해 토지의 실질적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클 것"이라면서 토지를 몰수할 경우,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비례의 원칙이란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최소한의 침해에 그쳐야 한다는 뜻이다. 과잉 금지의 원칙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성매매에 제공된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또다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토지 몰수 부분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몰수에 관한 비례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면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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