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전쟁', 젊은 자산가들이 무일푼으로 살아남는 서바이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 "상대적 박탈감 자극"
출연자 개인 매력 아닌 재력 과시에 예능적 재미는 하락
'금수저' 단어가 수년 전 세간에 등장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흙수저'가 나란히 유행어가 됐다. 방송가에서도 금수저를 소재 삼아 여러 예능이 론칭됐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약했다. 재벌3세, 다이아 수저 등 부정적인 편견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데다가 보는 이들이 쉽게 이입할 수 없다는 맹점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셀러브리티들의 화려한 일상을 조명하는 예능들이 인기를 끌지만 국내에서는 금수저 예능들이 거듭 외면받는 중이다.
최근 계급을 화두로 다루는 예능들이 나란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여기에 노골적으로 금수저,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 2세, 3세들을 조명하는 예능이 등장했다. 앞서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이 상위 1% 슈퍼리치들을 등장시켰지만 큰 성과를 남기진 못했다. 이에 더 파격적인 콘셉트인 STUDIO X+U '금수저 전쟁'이 공개됐다.
'금수저 전쟁'은 국내 젊은 자산가 출연진이 집안이나 배경 없이 오로지 개인의 능력으로 승부하며 무일푼에서 돈을 불려 나가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다. 이들은 자신의 배경을 잠시 내려놓고 평범한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와 난관을 해결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의 역량을 증명한다.
출연진으로는 대기업 창업주 외손자 이승환, 연 매출 3,400억 건설사 장남이자 호텔 대표 김헌성,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후계자 박무현, 1,000억 규모 풍력에너지 기업 대표 임재겸, '더 지니어스' 준우승자 김경훈, 남미 보석 사업 후계자 이윤선, 7개 벤처 IT기업 창업가의 자녀 이지나, 부산 1위 택시회사의 3세 이준석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게임으로 버는 코인을 이용해 생존, 팝업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비즈니스 실력을 입증한다. 특히 재벌들이 방 이용료를 벌고자 육체 노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통마늘 까기, 멸치 똥 따기, 손글씨 포스트잇 작성 등 아르바이트로 코인을 벌며 노동의 가치를 느끼라는 제작진의 연출이 노골적으로 담겼다. 실제로 마늘을 까본 적 없는 재벌들에게 꽤나 난감한 상황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서바이벌답게 치열하고 처절하지만 다음 회가 궁금할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관련 콘텐츠 영상 댓글에는 "기획 의도도, 재미 포인트도, 시청자 타겟층도 모르겠다. 그냥 흙수저들 의욕 상실시키는 방송이냐" "금수저가 흙수저가 된다고 재밌겠냐" "서민놀이 체험이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는 제작진이 금수저 소재를 유려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수저는 처음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수 있는 단어다. 남들과 다른 출발선으로 재력과 기회를 쉽게 얻은 이들이 힘들게 노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예능의 기능을 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은 너무나 일차원적이다. 그간 연예계에서도 금수저 자녀들에 대한 지적은 왕왕 있었다. 유명인의 자제들이 쉽게, 또 빠르게 방송가에 진입하는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감내해야 하는 불공평한 시스템이다. 결국 금수저 프레임과 편견이 심화되는 시대에서 '금수저 전쟁'은 첫 관문부터 비호감 이미지를 얻었다.
계급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흑백요리사'는 흑수저와 백수저를 대립시켰다. 백수저는 명성을 가진 스타 셰프들, 흑수저는 실력은 있지만 명성을 갖지 못한 요리사들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흑백요리사'가 마냥 '언더독'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각 캐릭터들에게 서사와 진정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유명세와 무관하게 각 출연자들이 얼마나 요리를 사랑하는지에 집중했고 매력적으로 느꼈다. 계급을 예능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선 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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