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적 예산 유용" 이 대표, 비서실장 등 3명 기소
고급 승용차 사적 사용, 제사용 과일류 2791만원 구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송순호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9일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모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2013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대표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지 1년여 만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에 대한 6번째 기소다. 검찰은 다만 이 대표를 기소한 점을 고려해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때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관용차를 이 대표 자택에 주차해 공무와 무관하게 사용하고, 경기도 법인카드와 예산으로 사적 식사대금과 음식값·과실값·세탁비 등의 비용을 지출하는 등 총 1억653만 원에 이르는 배임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씨와 배씨도 이 대표 부부의 식사·과일·샌드위치·세탁비 등 사적 용도로 경기도 예산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밝힌 정씨의 배임 액수는 8,843만 원, 배씨 1억3,739만 원이다.
검찰은 이번 법카사건을 “공무원이 다수 동원된 조직적 예산을 유용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배우자 김씨를 수행하는 일명 ‘사모님팀’ 실체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자신을 도운 배씨를 경기도 5급 공무원으로 채용, 경기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모님팀’ 팀장 역할을 맡겼다. 사모님팀은 배씨의 지휘 아래 법인카드와 경기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의 제사용 과일(2,791만 원),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685만 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초밥·복요리 등 음식 75건(약 889만 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구입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는 김씨가 2021년 8월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등 6명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14일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 배임혐의 액수 중 가장 큰 관용차 사용 관련해 임기 중 최소 6,016만 원(임차료·세차비·주유비 등)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봤다. 경기도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2018년 제네시스 G80 차량을 6,540만 원에 구입, 의전용(내외빈 영접 등) 관용차로 사용하는 것처럼 꾸몄으나, 실상은 이 대표가 해당 차량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본인 자택 주차장에 세워두고 아파트 주차 스티커까지 부착하는 등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전용해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사모님팀도 김씨의 개인 모임, 병원 출입 등 김씨의 사적 수행에 해당 차량을 사용하고, 공적 용도로 운행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명확하게 확인된 금액만을 배임 액수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이 2022년 8월 배씨와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 대표는 불송치했으나, 당시 도청 공무원 조모(전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씨가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재수사 계기가 됐다.
향후 재판에선 검찰이 밝힌 배임 혐의의 업무 관련성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예산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표적 조작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 대표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석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은 업무와 무관하게 비용을 썼을 때 성립이 되는 만큼 업무 관련성 여부가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최종 책임자가 이를 인식했는지를 따지는 고의성 여부에 대한 검찰의 입증 여부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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