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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용기 '코멕스' 대표 갑자기 잠적... 어음부도, 임금 체불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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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밀폐용기 '코멕스' 대표 갑자기 잠적... 어음부도, 임금 체불 '일파만파'

입력
2024.11.20 17:15
수정
2024.11.20 17:3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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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구자일 회장, 3주간 오리무중
직원 월급·퇴직금 등 미지급 30억원

20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코멕스산업 본사. 이달 초 부도가 나 문이 닫혀 있다. 오세운 기자

20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코멕스산업 본사. 이달 초 부도가 나 문이 닫혀 있다. 오세운 기자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입주한 코멕스산업 본사는 평일 업무시간임에도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있었다. 창립 53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밀폐용기 코멕스(KOMAX)로 널리 이름이 알려졌지만, 부도가 나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창업자인 대표가 돌연 자취를 감췄고, 한 달 가까이 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파산 절차도 제대로 밟지 못해 직원들은 월급도 퇴직금도 챙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금융결제원 당좌거래정지자 조회에 따르면, 밀폐용기 및 기타 주방용품 제조업체인 코멕스 산업은 이달 4일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당좌예금은 사업자가 수표나 어음을 발행하기 위해 만든 계좌인데, 채무 불이행이나 지급 불능 등의 이유로 당좌거래가 정지되면 기업의 부도로 받아들여진다.

코멕스산업은 1971년 구자일(81) 회장(대표이사)이 설립한 국내 최초 밀폐용기 생산 업체로, 지난해 480억 원의 매출(감사보고서 기준)을 올렸다. 구 회장은 지분 3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1년 신용보증기금 선정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2022년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하는 우수 중소기업 업체인 '브랜드K'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 전날까지 회사에 출근했던 구 회장은 아내와 함께 홀연 사라졌다고 한다. 구 회장은 그날 오전 6시쯤 사내 재무팀장과 총무팀장에게 "여러 가지로 미안하고 나를 용서하지 마"라며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을 하니,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안 가게 힘을 모아줘라"는 메시지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총무팀장은 출근한 직원들을 전원 소집해 "회사가 부도난 것 같다"는 공지를 했다. 총무팀장은 "채권단이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사무실을 정리하고 떠나라"며 직원들을 재촉했고, 본사 직원들은 오후 중에 짐만 챙겨 퇴근했다. 직원들은 이튿날이 돼서야 부도를 실감했다. 은행 관계자들이 본사로 찾아와 구 회장의 소재를 물었기 때문이다.

부도 예상?... 대표, 상표권도 양도

코멕스산업 회사 소개. 홈페이지 캡처

코멕스산업 회사 소개. 홈페이지 캡처

직원들은 구 회장이 잠적을 준비하면서 회사의 상표권 일부까지 양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허청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 검색을 보면 현재 코멕스산업의 최종권리자는 출원인인 구 회장과 다른 인물이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상표권과 최종권리자는 모두 구 회장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구 회장은 잠적 전 회사에 상표등록증과 법인인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어음 채무도 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 한 지점은 이 회사로부터 10억 원이 넘는 어음을 돌려받지 못했고, 이 외 다른 은행의 어음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화성시와 충남 당진시의 공장은 채권 은행으로부터 가압류된 상태다.

"대표 복귀해 사태 책임져야"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직원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지난달 월급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고, 받아야 할 퇴직금까지 합하면 전체 직원의 미지급 임금은 30억 원가량으로 집계된다. 대표의 잠적으로 파산 신청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노동자대표를 선임해 이달 18일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다.

직원들은 구 회장이 하루빨리 복귀해 부도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일보와 만난 한 직원은 "50년 넘은 회사가 하루 전날 부도 소식을 알게 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구 회장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보는 구 회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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