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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고 또 꾸미고... 2025년의 패션 키워드 '토핑'

입력
2024.11.20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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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훈
나영훈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s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드립니다.

다양한 핸드메이드 열쇠고리. 뉴시스

다양한 핸드메이드 열쇠고리. 뉴시스

최근 젊은이들이 가방에 다양한 키링(Key-ring)이나 인형을 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젊은 Z세대 중심으로 시작해 중년층까지 확산한 이 패션은 최근 트렌드인 ‘토핑 경제’의 한 사례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지양하고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 형태로, 2025년에도 주요 산업이 될 전망입니다.

운동화에 각종 장식과 리본줄을 달아 개성 있게 신발을 꾸민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운동화에 각종 장식과 리본줄을 달아 개성 있게 신발을 꾸민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토핑 경제란?

'토핑(Topping)’이란 요리나 과자의 끝마무리에 재료를 올리는 장식입니다. 그리고 토핑 경제란, 주 상품(가방)에 착용한 부수적 요소인 토핑(키링, 인형)이 핵심 경제 요소로 부상한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개인 취향을 중요시하는 Z세대(1995~2009년생)가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토핑 경제는 더 활성화됐습니다. Z세대는 이미 표준화된 기성 아이템보단 개인 취향이 잘 반영된 아이템을 구매·소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토대로 토핑 경제가 점차 영향력을 확장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가장 유행했던 아이템 중 하나가 ‘요아정(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입니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여러 토핑을 올린다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 디저트의 인기 비결 역시 토핑입니다. 50가지가 넘는 토핑으로 나만의 조합을 만들거나 유명 연예인의 추천 조합을 따라 주문하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즉 주인공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토핑인 셈입니다.

토핑 경제를 패션에 접목해 본다면 ‘꾸꾸꾸’가 대표적인 트렌드입니다.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민다’라는 신조어로, 얼마 전 트렌드였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모습)’와는 반대 의미입니다. 꾸꾸꾸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과거 폰 꾸미기, 다이어리 꾸미기 등 작은 소품 꾸미기에서 시작한 이 트렌드는 가방, 신발, 의류까지 확장됩니다. 가방에는 다양한 키링과 인형을 달고, 신발에는 독특한 신발 끈을 매거나 패치를 붙입니다. 또 옷에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패치로 만들어 부착합니다.

꾸꾸꾸 트렌드를 통해 파생되는 경제 형태는 다양합니다.

우선 다양한 꾸미기 용품을 판매하는 액세서리 전문점이 인기입니다. 와펜(Wappen), 키링, 인형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옵젵상가(서울 연희동)와 오브젝트 에디트(부산 전포동) 등에는 젊은 소비자들로 늘 붐빕니다. 혹시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면, 아예 액세서리 부자재 전문 점포가 모여있는 동대문 상가로 향하기도 합니다. 전문 액세서리 매장의 탄생은 물론, 동대문 상가를 재조명해 매출 상승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패션 브랜드 ‘크록스’도 토핑 경제의 성공 사례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시작된 크록스는 원래 편안한 보트 슈즈가 주요 아이템입니다. 디자인 자체는 “못생겼다”는 평이 많았지만, 신기 편하다는 장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크록스의 인기는 ‘지비츠(jibbitz)’로 더욱 확장됩니다. 지비츠란, 크록스 신발에 있는 구멍에 맞춰 부착할 수 있는 액세서리입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한 지비츠를 부착해 개성을 드러냅니다. 초반에는 자체 개발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디즈니, 마블 등 인기 캐릭터는 물론, 포스트 말론이나 저스틴 비버 등 팝스타, 그리고 더 나아가 명품 브랜드(발렌시아가)와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크록스에 따르면, 지비츠 매출 비중은 2022년 8%에서 2023년 17%로 2개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제는 “크록스가 아니라, 지비츠를 구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비츠를 단 크록스를 신은 모델. 롯데백화점 제공

지비츠를 단 크록스를 신은 모델. 롯데백화점 제공


토핑 경제는 원래 있었다?

사실 토핑 경제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도 개성을 강조한 산업은 있었습니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바로 그것입니다.

과거엔 물자도 풍족하지 않았고, 산업 시스템 역시 성숙하지 않았기에 공급자가 주도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 대세였습니다. 표준 퀄리티 이상의 상품을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대량 생산 시스템하에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커스터마이징이 대두되면서 나에게 맞는 정장이나 신발, 자동차 옵션을 주문하게 됐습니다. 다만, 개인에게 특화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었기에 주 고객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일부 계층에 한정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진입 장벽 또한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상품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계속 추가하는 소비 행위가 현재의 토핑 경제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나이키 서울 매장 '나이키 바이 유'에서 커스텀 한 티셔츠. 프린팅과 자수 패치를 직접 골라 티셔츠를 꾸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이키 서울 매장 '나이키 바이 유'에서 커스텀 한 티셔츠. 프린팅과 자수 패치를 직접 골라 티셔츠를 꾸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토핑 경제, 향후 전망은?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세일즈’를 위해 기존 아이템에 커스터마이징 하는 기법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남성복 브랜드는 대량으로 발주하는 정장 외에도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에 주력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일부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에서만 시행했지만, 앞으로는 여성복과 캐주얼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실제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일부 대형 매장 내에서 독특한 패치와 스티커를 제작해 티셔츠와 모자에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액세서리 분야는 더 확장될 것입니다. 크록스처럼, 최근 많은 신발 브랜드가 이벤트성 꾸미기용 신발 끈, 패치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신발 액세서리 전문점의 등장도 예상됩니다. 크록스의 지비츠 전문 판매점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혹은 신발 매장 안에 액세서리만 판매하는 구역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토핑 경제를 보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자의 욕구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을 넘어선 토핑 경제, 어디까지 확장되고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것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들어가려는 욕구가 만들어 낸 ‘새로운 먹거리’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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