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급 저택 골드스타인 하우스서 공개
"LA는 대형 SUV 최대 수요 도시"
오늘 밤,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20일(현지시간)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골드스타인 하우스. 현대차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 내정된 호세 무뇨스 사장이 행사 시작을 알렸다. 푸른색 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무뇨스 사장은 LA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CEO 내정 후 이날 처음 공식 행사에 나섰다. 무뇨스 사장은 "(이 차는) 아이오닉5와 6에서 배운 모든 경험이 담겨 있다"며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차량 구성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행사가 열린 곳은 미국 사업가 제임스 골드스타인의 개인 저택이었다.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 '미녀삼총사' 등에 등장했고 각종 광고에도 배경으로 쓰였다. 현대차는 "골드스타인 하우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미드 센추리 모던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앞으로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 기증돼 공동체를 위한 문화유산이 될 예정"이라며 "아이오닉9이 추구하는 상징적 가치와 맞닿아 첫 공개 장소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아이오닉9을 가렸던 검은색 천이 벗겨지자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박수가 쏟아졌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모델 공개 행사를 따로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취재진의 관심도 뜨거웠다. 한국 미디어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인도, 중동 등에서 온 300여 명의 기자, 인플루언서 등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아이오닉9은 매끈한 보트를 닮았다. 주요 모서리 부분과 지붕 라인이 곡선으로 처리됐고 한눈에 봐도 날렵했다. 이를 현대차는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한 실루엣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공기 역학)과 에스테틱(Aesthetic·미학)을 합성해서 용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물의 저항 줄인 보트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특히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이 곳곳에 반영됐다. 자동차 후면부가 보트 뒷부분 형상을 닮았는데 이는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전면 범퍼 하단에 탑재된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공기 덮개)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다. 아이오닉9은 대형 SUV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 계수(0.259)를 달성했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강조했다.
아이오닉9은 넓은 실내 공간도 장점이다. 전장은 5,060㎜에 축간거리(휠베이스)도 3,130㎜나 됐다. 이는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 가장 긴 축간거리다. 덕분에 내부는 아늑한 라운지가 떠오르게 했다. 시트는 최대 7개가 들어가는데 편안한 휴식 자세를 돕는 '릴렉션 시트', 근 밀도를 분석해 최적의 자극을 주는 '마사지 시트', 180도 회전해 3열과 마주 볼 수 있는 '스위블 시트', 시트의 60%를 접을 수 있는 '6:4 분할 폴딩 시트' 중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아이오닉9은 또 110.3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담아 1회 충전 시 후륜구동 기준 최장 532㎞까지 달릴 수 있다. 최고 출력 160킬로와트(kW), 최대 토크 350뉴턴미터(Nm), 전기 소비효율(전비)은 4.3㎞/kWh다.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춰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9만4,34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에 올랐다. 그 중심에 아이오닉5·6의 성공이 있다. 아이오닉5는 2021년 2월 공개 이후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36만4,965대가 팔렸고 미국 시장에서 9만1,869대가 판매됐다. 아이오닉6도 미국에서만 2만2,933대 판매를 기록했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은 "미국에서의 공개는 미국 전기차 판매 톱3 브랜드로서의 자신감을 반영한다"면서 "LA는 대형 SUV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에 어떤 판매 전략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업에는 늘 극복해야 할 어려움과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며 "현대차는 그러한 리스크를 피하는 게 아니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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