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0월까지 2.5조 확보
체납자 A(92)씨는 본인 소유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수십억 원을 체납했다. 세무당국이 은행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고, A씨 자녀들이 양도대금이 들어온 아버지 계좌에서 수백 차례에 걸쳐 현금을 빼 간 사실을 파악했다. 자녀들이 토지 거래를 주도했고, 양도대금 전액을 계좌이체하거나 현금 인출하면서 조직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것이다.
세무당국은 탐문·잠복해 A씨가 자녀 집에 실거주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어 지방국세청·세무서 직원 21명이 체납자 자녀 주소지 4곳을 동시에 수색해 김치통 안 현금 2억 원과 서랍에 숨겨 놓은 골드바 등 총 11억 원(가압류 9억 원 포함)을 징수했다. 아울러 A씨의 자녀와 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숨기며 세금 납부를 회피한 고액 체납자 696명에 대해 재산 추적조사에 나섰다고 21일 밝혔다. ①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도박 당첨금 등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②허위 가등기(매매 예약) 등으로 가족 등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체납자 81명 ③롤스로이스 등 고가 사치품 구입 등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국세청은 올 10월까지 재산 추적조사로 총 2조5,000억 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졌다. 치과의사 B씨는 종합소득세를 적게 신고해 수십억 원을 체납했다. 비뇨기과 의사 C씨도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수십억 원의 체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C씨는 자녀에게 수억 원의 현금을 증여했고,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오피스텔을 사들였다. 아울러 배우자 명의로 해외에 있는 외국 보험사의 해외보험에 가입해 재산을 빼돌렸다.
D씨는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배우자 명의로 매매 예약(가등기)을 설정한 후 관할 세무서에서 압류하자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배우자에게 이전했다. 또 체납이 발생하자 본인 명의 사업장을 폐업하고 직원 명의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호로 재개업해 사업을 계속했다. 국세청은 배우자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이전된 토지에 대해선 처분금지가처분 조치를 했다.
국세청은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산을 숨긴 체납자에 대해 올 하반기 287억 원을 압류했다. 아파트 분양권 양도대금으로 가상자산 20여 종을 사들인 건축업자는 양도소득세 수억 원을 체납하고 모친 등 가족에게 가상자산을 보내 숨겼다가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유튜버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에 대해 강제징수를 강화하고 있다"며 "유튜버의 후원금 등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하는 한편, 가상자산 은닉 혐의가 있는 체납자에 대해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해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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