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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의 반전

입력
2024.11.21 17: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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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020년 12월 당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증가한 가운데 28일 오전 확진자들을 태운 버스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로 이감 작업을 위해 출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0년 12월 당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증가한 가운데 28일 오전 확진자들을 태운 버스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로 이감 작업을 위해 출발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기피시설로 취급받던 공간들이 돌연 귀한 몸이 되는 반전이 잇따르고 있다. ‘인구소멸’ ‘지역소멸’ 위기에 몰린 곳곳의 현장에서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면 무조건 거부할 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이다. ‘내 뒷마당에는 안 돼(Not In My Backyard)’라는 이른바 ‘님비’의 반전 현상이다. 군부대, 교도소 같은 시설이 대표적이다.

□ 최근 대구경북 지역 기초단체들이 군부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구감소에 활력을 잃은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함이다. 대구 도심에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0보병사단,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 방공포병학교, 제1미사일방어여단사령부 등 5곳이 ‘매물’이라고 한다. 사격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오발탄이 날아올 위험에 지역민이 머리띠를 두르는 풍경을 떠올려선 안 된다. 오히려 전국에서 찾아오는 군인 면회객이 지역 상권을 살릴 기대주로 환영받는 셈이다.

□ ‘경북북부교도소’(과거 청송교도소)로 이름이 바뀔 만큼 부정적 이미지를 걱정했던 경북 청송군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교정아파트가 교도소 내부에서 2017년 외부로 옮겨간 뒤 새 지역의 경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재소자와 직원 면회객이 올 때마다 인근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소비가 늘면서 터미널 근처 등에 다양한 편의·상업시설이 들어선 효과다. 일본에선 작은 마을이 100년 넘은 고택을 호텔로 개조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 결국 ‘생활인구’에 관한 문제들이다. 주민등록인구에 등록외국인을 더한 등록인구에 통근, 통학, 관광 등을 위해 하루 3시간, 월 1회 이상 현지에 있는 체류인구를 합산한 개념이다. 사람을 정주(定住)시킬 수 없다면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해 경제효과를 노리는 해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럽 일부에서 채택한 ‘복수주소제’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국내에서 나온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같이 5일은 해당지역에서 살고 주말엔 본거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제2의 주소를 등록하게 하는 것이다. 행정 및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과 창의적 몸부림은 갈수록 진화할 것이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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