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청계SK뷰'
내달 53호 입주자 모집
지하철2·5호선 역세권에
분양 주택과 자재·구조 같아
"겉만 봐선 임대인지 몰라요"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서울에는 이곳처럼 전용면적 59㎡ 주택에 4베이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가 진짜 드뭅니다. 주방 수납장에도 독일제 건축재를 사용했고요. 겉으로는 아무도 공공임대주택인지 알 수가 없죠.
최성우 SK에코플랜트 청계SK뷰 공무팀장
전셋값 절반만 부담하고 신축 아파트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말입니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시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2’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입주 후 아이를 낳으면 20년간 거주 가능하고 다자녀 가구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까지 받습니다. 당장 다음 달에 입주자 260여 명을 선정합니다. 그중 한 곳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더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18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계SK뷰’ 아파트 건설 현장. 밖에선 먼지 풀풀 날리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보이지만 안에선 내장재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공정률은 80%. 내년 7월이면 입주합니다. 안내를 맡은 최 팀장은 “매달 3%씩 공정률이 오른다”며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계SK뷰는 7,359㎡ 부지에 지하 5층~지상 34층 아파트 세 동으로 계획됐습니다. 396호 중 53호를 장기전세주택2로 공급합니다. 전용면적 44㎡(32호)와 59㎡(21호)로 구성됐습니다. 주택 아래 지상 1, 2층에는 상업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섭니다. 큰길 하나만 건너면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답역이고 서울지하철 5호선도 걸어서 5분 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4베이 구조 + 최고급 창호 + 시스템 에어컨 2대
기자가 방문한 주택은 실제로 장기전세주택2로 공급됩니다. 59㎡C형 견본으로 일찌감치 공사를 마쳤죠. 구조와 내장재가 분양주택 기본 사양과 똑같습니다. 59㎡C형은 4베이 특화 구조입니다. 현관문을 여니 햇빛이 환하게 쏟아졌죠. 거실과 침실 2곳, 발코니까지 모두 4곳에 창을 냈습니다. 난간도 쇠창살 대신 유리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최 팀장은 “개방감을 최대한 확보하는 최신 유행을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뭔가 부실하다는 선입견이 있죠. 이곳은 아닙니다. 발코니 창밖으로 지하철이 달렸지만 작은 소리도 듣기 어려웠습니다. KCC 제품 중 사양이 가장 좋은 ‘클렌체’ 상표 창호를 사용했거든요. 최 팀장은 “최고급 창호를 사용해 문을 닫으면 지하철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소리에 신경을 쓰면 살짝 들릴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주방에도 꼭 필요한 곳에는 고품질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주방 환풍기(후드)와 가스레인지는 '파세코' 제품입니다. 주방 하부 수납장 일부에는 독일 상표 '헤펠레' 자재를 썼습니다. 부드럽게 여닫히고 속도가 서서히 줄어 충격을 흡수합니다. 싱크대 배수구에는 전동 회전장치가 설치돼 음식물에서 물을 제거합니다. 사소하지만 일상에서 만족도가 높은 부분입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추가한 옵션(선택 사항)도 있습니다. 거실과 안방에 시스템 에어컨을 한 대씩 매립했고 침실 한 곳에는 벽장을 설치했습니다. 이 밖에 기본형 거실 우물 천장, 전동식 빨래 건조대, 월패드(제어판), 전열교환식 환기장치가 기본적으로 설치됩니다. 화장실에는 응급 상황 시 방제실과 통화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죠. 실외기실 루버(환풍창)는 기온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열립니다.
다만 청계SK뷰에는 체력단련시설 등 커뮤니티 시설(주민편의시설)은 없습니다. 주차장 규모도 가구당 1대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그 대신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형 어린이 도서관이 1층에 들어섭니다. 면적이 1,034㎡에 이르죠. 최 팀장은 “예전에는 한 아파트에도 임대용 건물을 따로 지어 문제가 많았지만 이곳에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함께 건설된다”며 “겉만 봐서는 임대아파트인지 알 수 없다”고 웃었습니다.
입주자 자격은 이렇습니다
장기전세주택2는 7월 처음으로 입주자 모집을 공고했습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300호 모집에 1만8,000명이 몰렸죠. 서울시는 확보한 물량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합니다. 인기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아파트로 공급량은 98호입니다. 동대문구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볼 아파트(20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도시형생활주택(5호), 구로구 모아엘가트레뷰 아파트(85호)도 입주자를 찾습니다. 청계SK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용면적 40㎡대로 공급합니다. 공급량과 일정은 조금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입주자 자격은 올림픽파크포레온 때와 거의 같을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습니다.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입주 신청 가능합니다. 혼인신고한 날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와 모집 공고일로부터 6개월 안에 혼인신고할 예정인 예비 부부가 대상이죠. 부부 모두 공고일 기준 5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전셋값은 기본적으로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됩니다. 그런데 왜 ‘반값 전세’라는 별명이 붙었냐고요? 서울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셋값도 시세의 80%를 밑도는 수준에서 책정했는데 주변 시세가 워낙 올랐죠. 막상 입주할 때가 되니 서울시가 책정한 전셋값이 시세의 반값이 된 겁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비슷한 현상이 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기전세주택2에 입주하려면 소득이 일정 수준이어야 합니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가구별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여야 합니다. 맞벌이 가구는 180% 이하 기준을 적용합니다. 전용면적이 60㎡를 초과하면 월평균 소득 기준이 150% 이하(맞벌이 가구 200% 이하)로 오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만 공급돼 월평균 소득이 974만 원인 무자녀 맞벌이 신혼부부도 입주가 가능했습니다.
자산 기준도 있습니다. 장기전세주택2는 다른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총자산’을 따집니다. 총자산이 6억5,500만 원 이하인 가구면 입주 신청이 가능합니다. 총자산은 부동산과 자동차, 금융 자산, 일반 자산을 더한 값에서 부채를 뺀 금액입니다.
출산하면 최대 20% 저렴하게 분양
장기전세주택2는 출산 가구를 우대합니다. 아이를 한 명만 낳아도 재계약 시 소득과 자산을 따지지 않거든요. 재계약 기간은 2년입니다. 무자녀 신혼부부는 최장 10년간 거주 가능하고 아이를 낳으면 20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 아이를 둘 낳으면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1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셋 이상 낳으면 분양가를 시세보다 20% 낮춥니다. 서울시가 '미리내집'이란 별칭을 붙인 이유입니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은 신혼부부도 배려합니다. 공급량의 30%는 지원자 가운데 소득이 더 낮은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합니다. 전용면적 60㎡ 이하 기준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맞벌이 150%) 이하인 부부가 대상입니다. 입주자는 19세부터 서울에 연속해 거주한 기간(부부 합산)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에 가점을 매겨 고득점자부터 입주 기회를 줍니다. 동점자가 나오면 추첨하죠.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2 주택을 꾸준히 늘릴 예정입니다. 신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신혼부부에게만 혜택을 몰아준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장은 규모 키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 일부 유형은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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