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날치 베이시스트 겸 음악감독 장영규
멤버 교체 후 5년 만에 새 앨범 준비하며 신곡 공개
드라마 '정년이' 음악감독 맡아 여성국극 현대화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 공연 때도 음악 맡아
“1집 ‘수궁가’에 이어 판소리 다섯 마당을 또 하면 반복일 수밖에 없어요. 원본이 있으니 다시 만든다고 해도 편곡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죠. 기성 판소리를 가져와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4년 전 ‘수궁가’를 팝으로 재해석해 화제를 모은 밴드 이날치가 두 번째 앨범의 첫 싱글 ‘낮은 신과 잡종들’을 들고 돌아왔다. 내년 상반기 공개할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될 두 곡 ‘봐봐요 봐봐요’와 ‘발밑을 조심해’가 담겼다. ‘봐봐요 봐봐요’는 “가만히 가만히 조용히 조용히 봐봐요 봐봐요”라는 구절이 흥겨운 리듬 속에 반복되는 댄스 곡이고, ‘발밑을 조심해’는 강렬한 베이스 기타의 리듬이 인상적인 사이키델릭 록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에서 벗어나면서 이날치가 데뷔 때부터 추구한 ‘얼터너티브 팝’, 옛 전통음악이 아닌 현재의 팝에 더욱 가까워졌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은 “지난해 초에 두 번째 앨범을 내려 했으나 멤버들이 바뀌면서 연기됐고, 멤버들이 바뀌니 자연스럽게 음악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며 “새 멤버들과 만든 곡으로 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소리꾼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이 탈퇴한 자리에는 전효정과 최수인이 목소리를 채웠고 베이시스트 노디, 드러머 이용진이 멤버 장영규, 안이호와 호흡을 맞췄다. “첫 앨범 때는 멤버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주목을 받았어요. 멤버들이 바뀌면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날치를 하면서 지금이 가장 안정적인 느낌이 들어요.”
2집은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더미와 자루의 모험을 그린다. 연극 ‘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의 음악을 맡으며 인연을 맺은 김연재 극작가가 이야기와 가사를 썼다. 김 작가는 이를 토대로 소설도 쓰고 있다. 장영규는 “소설이 완성되면 이날치 앨범과 상관없이 소설을 바탕으로 창작 판소리 한바탕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장영규, 드라마 '정년이' 음악감독 맡아...이날치는 '새타령'으로 OST 참여
이날치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컴퍼니와 함께한 ‘범 내려온다’로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최근에는 tvN 드라마 ‘정년이’의 사운드트랙인 ‘새타령’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장영규는 “최근 한 행사를 갔더니 우리를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가 아니라 ‘새타령’의 주인공이라고 소개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장영규는 ‘정년이’의 음악을 총지휘했다. 이 드라마로 인연을 맺은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이 지난여름 공연한 ‘조 도깨비 영숙’의 음악도 맡았다. ‘정년이’에선 국극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전통악기로만 연주하면 시청자들이 극에 빠져들지 못하고 거리가 생길 듯해서 실제와 다르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장영규는 국내 문화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방위 음악가다. 록 밴드 멤버로 시작해 영화∙드라마 음악감독으로 활동해온 그는 연극, 무용, 국악, 건축 등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치 이전에도 다양한 국악기와 함께했던 그룹 비빙, 소리꾼 이희문과 결성한 민요 록 밴드 씽씽을 이끌었다.
“다른 장르 창작자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제게 행운이었고 엄청나게 큰 힘이 됐어요. 그런 작업들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죠. 음악을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됐고, 조금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줬어요. 더 넓게 보고, 다름을 찾아보게 해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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