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근대사 분야 개척자 평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교 친구
나종일 교수. 연합뉴스
‘중세에서 근대 자본주의로의 이행’ 문제를 연구하는 서양 근대사 분야의 개척자 나종일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21일 오전 9시 30분 별세했다. 향년 98세.
1926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 문리대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1992년까지 영국사와 근대 자본주의 이행 등을 강의했다. 1982~1984년 한국서양사학회장, 1991년 초대 영국사연구회(현 영국사학회)장을 지냈다.
고인의 연구 분야는 초기 자본주의 형성사였다. 저서로 '영국근대사연구'(1988),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1992), '영국의 역사'(2005) 등이 있고, 이매뉴엘 월러스틴의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1993), E.P. 톰슨(1924∼1993)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2000), '근대세계체제'(까치·1999) 등을 번역했다. 1990년대 교학사가 펴낸 고교 세계사 교과서도 집필했다.
고인이 번역한 '근대세계체제' 등이 출판된 것을 계기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소련과 동유럽 등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 일부로 봐야 한다는 이론으로 여러 사회과학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교 친구였다. 1992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정년 퇴임 기념 논총 증정식에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참석했다. 고인은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추천받아도 거절할 정도로 학문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유족은 아내 이복희씨와 3남 1녀(나현수·나경수·나정아·나명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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