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브라질 경찰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패배 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의 대통령 취임을 막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어 검찰에 쿠데타와 범죄 조직 결성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쿠데타 음모는 최대 12년형이 적용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9년 룰라 전 대통령은 건설회사로부터 수뢰 혐의로 수감 중이었는데, 여기에 자금 세탁이 추가돼 구형량이 12년으로 늘어났다.
□8년 대통령직을 마치고 은퇴했던 룰라는 2018년 대선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반대파는 권력 비리 척결로 국민적 영웅이던 연방 수사 판사 세르지우 모루를 앞세워 룰라의 부패를 파고들었고, 결국 아파트 수뢰 건으로 룰라를 2018년 구속 수감했다. 룰라는 “본인이 아파트 소유주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명의는 은닉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인카드 유용 혐의 기소에 대해 “룰라와 똑같다”고 한 바로 그 기소다.
□모루는 공을 인정받아 보우소나루 정부의 법무공안부 장관이 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갈등으로 사퇴하고 다른 정당에 입당해 2022년 대선 출마 준비에 들어간다. 옥중에 있는 룰라가 출마 못 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반전이 벌어진다. 2021년 연방 대법원이 아파트 수뢰 관련 재판이 편파적이어서 무효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모루 판사의 재판 진행과 판결이 모두 부당하다는 결정도 나왔다. 이 와중에 모루의 대선 출마는 좌절됐다.
□천신만고 끝에 당선된 룰라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더 남았다. 보우소나루 기소 움직임에 가장 두려운 이가 모루일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얼마나 나라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지 브라질 정치판을 보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도 브라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인물의 운명이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정치판에도 평행이론이 작동하는 걸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