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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층간소음 잡는다…도서관만큼 조용한 LH 바닥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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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층간소음 잡는다…도서관만큼 조용한 LH 바닥 체험기

입력
2024.11.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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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새로운 바닥 구조 시연
러닝머신 달려도 아래층은 조용
내년부터 1등급 설계 전면 적용
내부에선 "시공이 관건인데" 고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가 21일 세종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dB35랩에서 층간소음 1등급 바닥 구조를 시연하고 있다. LH 관계자가 위층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모습이 생중계됐지만 아래층 시연장에서는 작은 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세종=김민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가 21일 세종 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 dB35랩에서 층간소음 1등급 바닥 구조를 시연하고 있다. LH 관계자가 위층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모습이 생중계됐지만 아래층 시연장에서는 작은 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세종=김민호 기자


“이야~ 발소리가 거의 안 들리네.”
“우리 아파트부터 적용해야겠는데.”

21일 세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졌다. LH가 아파트 층간소음을 도서관 일상음 수준으로 낮추는 바닥 구조를 개발하고 이를 시연하기 위해 개최한 자리였다. LH 관계자가 시연장 위층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지만 아래층은 조용했다. 기자를 포함한 참관인들이 귀를 기울여야 겨우 진동음을 감지할 정도였다.

이 기술이 공공주택에 도입되면 층간소음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한 바닥 구조를 내년부터 설계하는 모든 공공주택에 적용한다고 이날 밝혔다. 3기 신도시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민간 아파트도 대부분 4등급 기술로 건설됐고 낡은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등급 밖 수준인 곳도 많다.

층간소음 1등급 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아래층 소음이 37데시벨(dB) 이하여야 한다.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이다. 2등급(41dB 이하)은 먼거리에서 듣는 나직한 대화, 3등급(45dB 이하)은 옆방의 일반적 대화, 4등급(49dB 이하)은 사무실 잡음 수준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7개 기업이 1등급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바닥 구조(오른쪽)가 dB35랩에 전시돼 있다. 슬래브(콘크리트 판) 두께를 늘리고 고밀도 모르타르와 완충재를 덮어 바닥 강성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세종=김민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바닥 구조(오른쪽)가 dB35랩에 전시돼 있다. 슬래브(콘크리트 판) 두께를 늘리고 고밀도 모르타르와 완충재를 덮어 바닥 강성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세종=김민호 기자


LH 바닥 구조는 민간 기술을 활용해 최적 구조를 찾아낸 결과다. 민간 기술은 아파트 단지 전체에 적용한 실적이 없고 자재와 설계가 제각각이라 공공주택에 대규모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LH는 바닥 자재 종류부터 시공 기법까지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 47가지 모델을 개발했고 1,347번의 실험을 거쳤다. 아파트 현장 실증도 8차례 진행했다. 새 바닥 구조를 적용하면 호당 공사비가 300만 원 증가한다.

그렇게 탄생한 최적 조합은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층간소음 연구시설 ‘dB35랩(연구소)’에 처음 설치됐다. 시연회가 열린 곳이다. 슬래브(콘크리트 판) 두께를 210㎜에서 250㎜로 높이고 그 위에 복합완충재와 고밀도 모르타르를 차례로 덮었다. 고밀도 모르타르는 통상의 모르타르보다 난방 배관을 설치하기 어려운데 와이어 메시(철 격자)를 함께 삽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LH 관계자가 무거운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시연장 월패드(제어판)에 층간소음을 유발했다고 알리는 경고가 떴다. 안내문도 재생됐다. 이 기술은 국내 공공주택 한 곳에 실제로 설치돼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김민호 기자

LH 관계자가 무거운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시연장 월패드(제어판)에 층간소음을 유발했다고 알리는 경고가 떴다. 안내문도 재생됐다. 이 기술은 국내 공공주택 한 곳에 실제로 설치돼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김민호 기자


시연회에서는 다양한 층간소음 저감 시연이 이어졌다. LH 관계자가 발뒤꿈치를 바닥에 찍듯이 걸으며 ‘발망치’를 찍기도 했다. 흔히 듣는 ‘쿵쿵쿵’ 소리가 ‘동동동’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로 저감 효과가 컸다. 허리 높이에서 무게가 1㎏이 넘는 공을 떨어트리거나 의자를 끄는 소음은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으나, 그 역시 소음이 크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거실에 달린 감지장치가 실내에서 발생한 층간소음을 측정해 일정 수준(40dB)을 넘으면 월패드(제어반)에 ‘주의해달라’는 문구가 뜨고 소리를 내 경고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다만 층간소음이 실제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개발한 바닥 구조는 벽식 아파트에만 적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아파트를 대규모로 건설할 때 바닥이 제대로 시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LH도 시공 품질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이 LH가 개발한 범용 설계를 잘 시공하도록 지원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얘기다.

세종=글·사진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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