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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약탈한 '오구라 유물 컬렉션', 이대로 포기해서야...내년이 되찾아올 적기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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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약탈한 '오구라 유물 컬렉션', 이대로 포기해서야...내년이 되찾아올 적기다" [인터뷰]

입력
2024.11.26 09: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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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문화재 반환 문제...미완의 과제
오구라 컬렉션 등 약탈 유물 산적
내년 양국 좋은 관계 입증할 기회
약탈 문화재 반환 세계적 흐름 호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 용봉문 갑옷. 오구라 컬렉션 도록에 공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 용봉문 갑옷. 오구라 컬렉션 도록에 공개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한국실에는 금관총 출토 귀걸이, 분청사기, 백자, 복식 등 한반도에서 나온 고고 자료와 공예품이 즐비하다. 진열장의 절반 이상을 채운 전시품은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가 불법 반출한 약탈 국가유산(문화재)이다. 한국 정부는 1958년 한일회담에서 일명 '오구라 컬렉션'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사유 재산이라며 거부했다. 일본인이 반출해 일본 국립 박물관에 쟁여놓은 '약탈 문화재'를 되찾을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2025년은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한일관계 연구자인 엄태봉(43) 대진대 국제지역학과 강의교수는 내년을 한일 국가유산 반환 문제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적기로 본다. 최근 책 '한일 문화재 반환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는가'를 낸 엄 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는 독도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문제처럼 흑백이 분명한 다른 과거사 문제와 달리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문제"라며 "양국에 의미가 있는 내년을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

국가유산 반환이 미완의 문제로 방치된 건 앞서 한 차례 '합의를 이뤘다'는 인식 때문이다. 엄 교수 책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교 수립을 위해 1951년 10월부터 국교정상화회담을 시작해 국가유산 반환 같은 기본관계 문제, 선박 문제,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 문제, 어업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14년간 수차례 회담을 거듭해 1965년 6월 22일 주요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다. 국가유산 반환 문제는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이 반환 요청한 것 중 일부인 1,432점을 '인도'하는 것으로 잠정 마무리됐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이 요구한 3,200점 중 상당수를 '사유 재산'이란 이유로 반환하지 않은 겁니다. '오구라 컬렉션'이 일본의 국가 소유가 된 후에도 이렇다 할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요."

'약탈 문화재'가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2013년 1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오구라 컬렉션의 일부로 처음 공개된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3년 1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오구라 컬렉션의 일부로 처음 공개된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외국에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우리 국가유산은 올해 기준 24만여 점. 일본에 가장 많은 10만여 점이 있다. 엄 교수는 "파악되지 않은 약탈품이 부지기수"라며 "일본은 당시 협정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후에도 양국이 여러 차례 협정을 맺고 국가유산을 인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1991년 영친왕 복식비, 2005년 복관대첩비, 2010년 조선왕실 의궤 81종 168책 등이 돌아왔다.

엄 교수는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주요 박물관에 반환 요구가 빗발치는 등 약탈 국가유산 반환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는 점을 호재로 본다. 국가유산 불법 거래를 금지한 국제규범인 유네스코 조약(1970년)은 식민 지배, 도난 등을 사유로 반출된 국가유산을 반환할 것을 규정한다. 한국도 1983년 이 조약에 가입했다. 엄 교수는 "국가유산 반환이 한국과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로 인해 파생된 부의 청산이라는 세계적인 추세 안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과거 불리한 교섭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을 설득한 것은 무엇이고, 오늘날 그 교섭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책의 표지에 약탈 국가유산의 상징과도 같은 오구라 컬렉션의 '보살반가사유상'을 넣은 것도 그런 바람에서다. "국가유산 반환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사유'해 보자는 의미에서 '반가사유상'을 썼죠. 덜 중요한 문제로 치부했던 국가유산 반환 문제가 이제 막 세계적 흐름 안에 놓였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겁니다."


엄태봉 대진대 국제지역학과 강의 교수. 본인 제공

엄태봉 대진대 국제지역학과 강의 교수. 본인 제공


엄태봉 대진대 교수가 쓴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는가?'. 표지 사진은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 일부인 '금동반가사유상'이다. 경인문화사 제공

엄태봉 대진대 교수가 쓴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는가?'. 표지 사진은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 일부인 '금동반가사유상'이다. 경인문화사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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