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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대인 갑부의 초호화 딸 성인식

입력
2024.11.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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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데이비드 브룩스

2008년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한 데이비드 H. 브룩스. AP 연합뉴스

2008년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한 데이비드 H. 브룩스. AP 연합뉴스


2005년 11월 27일 오전, 미국 뉴욕 록펠러플라자 65층 ‘레인보 룸’에서 만 13세 한 유대인 소녀의 성인식 ‘바르 미츠바(Bar Mitzvah)’가 열렸다. 뉴욕에서 가장 고층의 초호화 이벤트 무대가 성인식 공간으로 대여된 것도 이채로웠지만, 초대된 손님들은 축하무대의 첫 등장인물이 테너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를 너무 닮아 놀랐다고 한다. 더 놀란 건 그가 진짜 케니 지라는 사실이었다. 행사는 가수 스티비 닉스와 톰 페티 등 A급 대중 스타들의 공연으로 이어졌고 톱스타 록그룹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와 조 페리, ‘50센트’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래퍼 겸 배우 커티스 제임스 잭슨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참석자들은 답례품으로 받은 1,000달러 상당의 전자제품 상자에서 디지털 카메라 등을 꺼내, 일부 경호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공연 장면을 촬영,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사진들을 올렸다.

빅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성인식 소식이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자 부자들의 사치를 성토하는 네티즌 댓글 등이 잇따랐고 일부 뉴스로도 보도됐다. 딸의 성인식에 약 1,000만 달러를 쓴 장본인은 미국 정부에 방탄복 등을 납품하던 방위산업체 ‘DHB 인더스트리’ CEO 데이비드 브룩스(David H. Brooks)였다.

그 행사를 주목한 건 시민만이 아니었다. 호화판 성인식이 계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직후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이듬해 브룩스는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7년 탈세와 횡령, 주식 내부자 정보 이용 등 17개 혐의로 기소됐다. 회삿돈으로 아내가 성형수술을 받고 10만 달러짜리 보석 벨트 버클을 구입했으며 역시 회사 자금을 전용해 경주마 사업 등에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0년 그는 17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교도소에서 숨졌다. 그에겐 이혼한 전처와 성인식 주인공을 포함한 1남 2녀가 있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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