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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살되면 대통령 암살하라" 명령한 두테르테 딸… 필리핀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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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살되면 대통령 암살하라" 명령한 두테르테 딸… 필리핀 '발칵'

입력
2024.11.25 17:21
수정
2024.11.25 18: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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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온라인 기자회견 발언
마르코스 대통령 측의 예산 삭감에 반발 풀이
대통령실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 수사 착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세 번째) 필리핀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왼쪽 두 번째) 부통령이 2022년 6월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취임식을 한 뒤 손을 맞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세 번째) 필리핀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왼쪽 두 번째) 부통령이 2022년 6월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취임식을 한 뒤 손을 맞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리핀 집권 세력 내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권력 1·2인자의 대립이 극심해지던 상황에서 부통령이 ‘대통령 청부 살인’ 가능성까지 언급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판단, 처벌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25일 필리핀 GMA뉴스 등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암살 위협 수사에 착수했다. 하이메 산티아고 NBI 국장은 “협박성 발언을 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단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이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 구체적 음모가 있다며 “만일 내가 살해당하면 BBM(마르코스 대통령), 리자 아라네타(영부인), 마틴 로무알데스(하원의장)를 죽이라고 경호팀에 이야기했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죽으면 그들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하원을 비판하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필리핀 인콰이어러넷 홈페이지 캡처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하원을 비판하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필리핀 인콰이어러넷 홈페이지 캡처

두테르테 부통령은 ‘아시아의 스트롱맨’으로 불렸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이다. 필리핀 정치를 양분하는 두 가문 출신인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를 이루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친중·친미 등 외교 노선을 두고 대립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남부 민다나오섬 독립 주장 등을 계기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여기에다 최근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이 예산 유용 의혹을 문제 삼으며 부통령실 예산 3분의 2가량을 삭감하자, 두테르테 부통령이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거친 언사’에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당초 필리핀 법무부와 NBI는 그의 영상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였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했다. 그러나 조작이 아니라, 실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되며 비상이 걸렸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5일 영상 성명을 통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암살 위협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 제공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5일 영상 성명을 통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암살 위협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 제공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 생명에 대한 모든 위협은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돼야 한다”며 “법 집행·정보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잠재적 가해자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사령부와 경찰도 대통령궁 경비 인력을 2배 늘리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정치권에서는 두테르테 부통령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헌법을 수호하고 대통령 유고시 나라를 이끌어야 할 부통령이 암살을 언급한 것은 범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24일 자신이 살해되는 ‘가상’ 상황을 상정해 말한 것일 뿐, 이를 실제 위협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튿날에도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을 국가 안보 우려 사항으로 여기는 것은 악의적이고 논리적 맥락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영상 성명에서 두테르테 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대통령 암살 계획이 그렇게 쉽다면 일반 시민에게는 (폭력이) 얼마나 가까이 있을지 우려된다”며 “민주주의 국가로서 법치주의가 지켜져야 하고, ‘범죄 시도’를 묵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 사법 처리를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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