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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휴대폰 촬영 업체 '노쇼' 잇따라...피해 규모 11억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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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결혼식 휴대폰 촬영 업체 '노쇼' 잇따라...피해 규모 11억원 달해

입력
2024.11.26 13:00
수정
2024.11.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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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현장사진 촬영 '아이폰 스냅'
23~24일 예식 현장 '노쇼' 잇따라
노쇼, 먹튀 피해 예방할 길 없어


“11월 23일, 24일 예정되어 있던 웨딩 촬영이 불가능함을 알려드리며…”

11월 22일 웨딩 스냅 업체가 예약자들에게 보낸 문자

노쇼와 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된 ‘아이폰 웨딩스냅 업체’의 포트폴리오 사진.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노쇼와 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된 ‘아이폰 웨딩스냅 업체’의 포트폴리오 사진.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권모(34)씨는 예식을 단 이틀 앞두고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3개월 전에 예약한 ‘아이폰 스냅’ 업체가 예식 당일 현장에 갈 수 없다며 일방적 취소를 예고하는 문자였다. 권씨는 전체 비용 15만 원을 이미 완납한 상태였다. 업체 측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므로 계약 시점에 금액을 100% 완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권했다. 권씨는 이 업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권씨보다 하루 앞서 23일 충북 제천에서 결혼식을 치른 조모(34)씨는 취소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결혼식 하루 전날 웨딩 카페를 통해 ‘대규모 환불 지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시글을 보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았다. 조씨는 영상과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패키지 상품 금액 22만 원에 지방 출장비 10만 원을 추가한 33만 원을 이미 입금한 상태였다.

예식을 코앞에 둔 예비 부부들이 촬영 관련 문의를 했으나, 업체 측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초기화한 채 잠적했다. 23, 24일에 예식을 치른 신랑, 신부들은 고스란히 노쇼를 당했다. 피해자 조씨, 서모(28)씨 제공

예식을 코앞에 둔 예비 부부들이 촬영 관련 문의를 했으나, 업체 측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초기화한 채 잠적했다. 23, 24일에 예식을 치른 신랑, 신부들은 고스란히 노쇼를 당했다. 피해자 조씨, 서모(28)씨 제공

같은 날 서울 노원구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모(24)씨 역시 예식 10개월 전에 40만 원을 완납한 상태였지만, 결혼식 당일 작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씨는 “유일한 연락 수단이었던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연락 두절됐다”며 “사업장 소재지도 불분명한 데다, 유선 연락처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와 한씨 두 사람이 예약한 업체는 이미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웨딩업계에서 휴대폰으로 결혼식 현장 사진을 찍어 주는 ‘아이폰 스냅’ 업체들의 환불 지연과 일방적인 ‘노쇼’(예약 당일 나타나지 않는 것)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예비부부 4,8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집계된 환불 지연 피해 금액은 26일 기준 11억 원이 넘었다.

아이폰 스냅은 전문 카메라 장비를 사용해 식을 촬영하는 ‘본식 스냅’과는 다르게 △예식을 마치자마자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 △현장을 짧은 영상으로도 담아준다는 점 △본식 스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사진을 다양하게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결혼식을 치르는 부부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상품가격은 대개 10만~20만 원 사이로, 결혼식 당일 사진 500여 장과 60초 이하 짧은 영상 스케치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환불대란 → 연락 두절 → 폐업 → 노쇼

아이폰 스냅 업체들의 잇따른 잠적·폐업은 이들 업체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17일 사진작가 A씨는 상당수의 아이폰 스냅 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최소한의 교육만 실시한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주장했다. A씨는 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20여 개 업체들이 각기 다른 업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인물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경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계약 시 서비스 금액 전액 입금을 원칙으로 한다"는 환불 조항 문구. 보통은 서비스 금액의 20~30%를 계약금으로 걸고, 촬영 당일에 기해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자 조씨 제공

"계약 시 서비스 금액 전액 입금을 원칙으로 한다"는 환불 조항 문구. 보통은 서비스 금액의 20~30%를 계약금으로 걸고, 촬영 당일에 기해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자 조씨 제공

이날부터 아이폰 스냅 업체들에 예비 부부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이들 업체는 처음엔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곧 ‘문의 폭주로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며 대응을 중단했다. 계약서상엔 노쇼 시 3~10배 이상 보상하겠다고 돼 있었으나, 정확한 환불 금액과 환불 시점 고지도 없이 연락이 두절됐다. 일부는 이미 폐업을 했거나,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사업자 등록이 버젓이 되어 있고 이용 후기도 수백 건에 달하는 업체였는데, 연락 수단이 하루 만에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이 업계에 과연 믿을 사람이 있나’ 싶었다”며 “예식을 앞두고 있는 다른 친구들 역시 '내 돈 쓰면서 왜 이렇게 불안해해야 하냐'며 전전긍긍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쇼와 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된 ‘아이폰 웨딩스냅 업체’의 포트폴리오 사진.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노쇼와 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된 ‘아이폰 웨딩스냅 업체’의 포트폴리오 사진.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예비 부부 수천명 '집단 소송전' 예고

환불을 받지 못한 예비부부들은 현재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을 준비하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모인 부부만 3,000명 이상으로 적어도 1,000명 이상이 소송에 참여할 전망이다.

집단 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도울의 유병로 변호사는 “일단 사기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환불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업체 측이 범죄수익을 이미 다른 곳에 빼돌리거나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이 배상보다 ‘처벌’에 목적을 두는 형사 고소를 원하고 있다”며 “예비부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피해를 입은 만큼, 책임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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