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수지미술관 박상호 관장]
지리산 자연 정취에 반해 정착
전시 기획부터 학생들 수업까지
“지방 위기, 문화시설 중요성 커”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산촌마을에서 차로 3분 거리에는 폐교를 재활용한 문화시설이 있다. 1993년 3월 폐교한 남수지국민학교를 리모델링한 ‘수지미술관’이다. 남수지국민학교는 15년 이상 활용되지 못하다가 2009년 범죄 예방 체험 시설 ’비둘기 학교’로 재탄생했다. 이후 2014년 한국화가 박상호(72)씨가 건물을 매입하면서 미술관으로 재탄생됐다. 교실과 행정실, 교무실 등은 전시실·수장고·교육실·자료실과 작업실로 탈바꿈했다. 미술관은 1년에 네 번씩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며, 수장고에 보관된 작품 수만 1,0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미술관이 들어서자 마을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희망하는 작가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남원으로 귀촌한 한국화가
박씨는 아내 고(故) 심은희 관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2대 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대구 출신인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남원 지리산 정령치로 왔다가 자연 경관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울산대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해 온 그는 “연고도 없는 지역에 모든 생활을 접고 온 가족이 함께 내려왔다”고 돌아봤다. 전시관 입구에는 수지(水志·물이 맛있는 지역)면을 상징하는 파란색 우체통을 설치했고, 건물 내부는 ‘자연과 소통하는 미술관’을 표현하기 위해 벽마다 큰 창을 냈다. 교장실과 행정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천장과 벽면 일부를 없애 하늘과 잔디밭이 보이게 돼있다.
“문화시설, 인구 유입·지역 활성화 역할”
그는 미술관에서 수지초등학교 1~6학년 학생들의 미술을 가르치는 등 지역민과 활발한 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미술관을 운영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관람료(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유아 1,000원)를 받더라도 운영·관리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지자체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건 직원 1명에 대한 인건비 정도다.
박씨는 “지방 소멸 시대에 생활·관광 인구 유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시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자체에서 숨은 관광 명소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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